화웨이 최신폰엔 美부품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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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메이트30’ 해부 보고서 분석
美 수출금지에 맞서 자체 부품 개발, 네덜란드-日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
5G 부품도 ‘기술 자립’ 움직임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정보통신회사 화웨이가 올해 9월 출시한 최신폰 ‘메이트30’에 미국 반도체 기업의 부품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애플의 ‘아이폰11’ 등과 경쟁하는 제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메이트30’의 내부를 뜯어서 분석한 일본 기술연구소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 및 금융사 UBS의 보고서를 인용해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칩 없이 스마트폰을 만들어 냈다. 미국 회사들의 부품은 ‘반드시 필요한(must-have)’ 품목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Nice-to-have)’ 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5월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 기업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퀄컴, 인텔 등 주요 미 반도체 기업도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다. 이후 화웨이는 자체 부품을 개발하고, 네덜란드 대만 일본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화웨이는 ‘메이트30’에 줄곧 써오던 미 반도체 기업 시러스 로직의 오디오 칩을 네덜란드 NXP 반도체의 부품으로 대체했다. 미국 코보와 스카이웍스에서 조달했던 전력 증폭 장치(파워 앰플리파이어) 부품도 반도체 디자인 자회사 ‘하이실리콘’ 제품으로 바꿨다.

WSJ는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가 화웨이를 고립시킨 게 아니라 기술 자립의 발판만 마련해 준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미국 업체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휴대전화를 넘어 5세대(5G) 이동통신에 들어가는 부품도 국산화 및 수입처 다변화 조치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런정페이(任正非·75)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CNN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미국 기업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면) 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대안이 자리 잡으면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고 미국 정부에 경고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중국#화웨이#미중 무역전쟁#미국 부품#기술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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