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검열에서 ‘테러’로…中, 홍콩 비난 표현 ‘불안 수위’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14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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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번 주 홍콩의 시위대에서 “테러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비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며 불안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AF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현재 홍콩은 11주째 반(反)정부 시위가 전개되면서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홍콩 당국과 시민들 사이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의 관련 발언도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언론을 강하게 통제하는 국가가 이 시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9일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몰려나왔을 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를 ‘공공의 행진’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국영 CCTV는 저녁 뉴스에서 시위를 언급하지 않았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관련 검색을 검열했다.

다음 날부터 국영 언론은 홍콩 시위와 관련한 전략을 바꿨다고 AFP는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은 반대 움직임을 강조하는 대신 송환법 지지에 초점을 맞췄다. 차이나데일리는 80만명이 송환법에 ‘예스’(yes)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반대 행진 시위 규모는 24만명이라고 전했다. 인민일보 또한 모든 계층에서 법안을 지지한다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시위가 이어지자 중국 중앙정부는 외부의 개입이 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주최 집단이 서구 정부와 결탁했다는 주장이다. 인민일보는 6월 중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외부세력들을 맹비난했는데, 중국 외교부는 국제적인 비판을 받을 때마다 이 같은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영국 등 서구에서 홍콩 시위대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자 중국 정부의 수사법은 더욱 강력해졌다.

홍콩 시위는 여름 내내 격화됐다. 시위대 일부는 화염병 등을 사용했고 경찰은 최루탄·고무탄·경찰봉 등으로 무력 진압했다. 특히 지난 7월 중국 삼합회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흰옷에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시위대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가한 ‘백색 테러’ 뒤 시위대의 분노도 끓어 올랐다.

시위대는 홍콩 국회의사당 격인 입법회 건물을 장악하고 중앙인민정부 홍콩특별행정구 주재 연락사무소를 공격했다. 그러자 중국 중앙정부는 시위대에 속한 ‘일부 급진주의자’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친다면서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신화통신도 ‘폭력적인 과격분자’들이 홍콩을 구렁텅이로 몰고 있다면서 그들의 요구에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 본토에서는 경찰의 무력 진압과 관련한 보도를 검열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발언 수위는 갈수록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 시위대를 ‘조직폭력배’라고 깎아내리면서 홍콩 인근에 장갑차 수십대 등이 집결한 영상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시위대에게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장경찰을 투입해 강제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또 시위대가 공항 점거 시위를 벌인 뒤 이들이 “테러의 징후를 보여줬다”고 했고, 점거 시위가 반복되자 시위대를 향해 “테러와 같은 행동”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시드니 소재 정책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벤 블랜드 소장은 AFP에 “공산당은 단어를 매우 신중하게 사용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중국의) 단어 선택은 홍콩 당국에 그들이 더욱더 높은 수준의 폭력이나 탄압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고안됐다. ‘우리는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해 시위대를 겁먹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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