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개선 급한 페이스북, 얼굴인식 기능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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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신상 추적 악용 가능성 등 논란… 10억명 이상 얼굴 정보도 삭제
위기 속 규제 피하려 잇단 조치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최근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 페이스북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을 빚은 얼굴 인식 시스템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익을 위해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 유통을 방치했다는 내부 고발자의 폭로 등으로 위기에 몰린 가운데 규제 회피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정책을 변경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2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몇 주 안에 페이스북에서 얼굴 인식 시스템을 종료하고 10억 명 이상의 얼굴 인식 정보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2010년 12월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지 약 11년 만이다. 페이스북은 이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가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누구인지 태그(꼬리표)를 달 수 있도록 추천했다. 태그를 하면 페이스북 친구 계정에도 사진이 뜬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얼굴 인식 시스템을 켜놓은 이용자는 6억 명 이상이다.

얼굴 인식 기술은 정부나 수사기관, 민간 기업 등에서 개인 신상 추적 등에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점 때문에 미국 등에서 논란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이 얼굴 인식 기술의 유용성을 처음 선보인 뒤 학교와 공항, 경찰 수사,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SW) 등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제롬 페센티 메타 인공지능(AI) 담당 부사장은 “규제 기관이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과 관련한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얼굴 인식 기능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혐오·증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10대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직원의 폭로가 나오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8일 창사 17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고 현실과 융합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은 ‘화장술(cosmetic)’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 전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는 1일 “(사명 등이 달라져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그대로 남는다면 회사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 교체를 촉구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페이스북#얼굴인식#개인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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