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변주곡’ 빚는 마을, 삶의 안단테가 흐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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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코리아]경기 이천 도자기 마을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오고 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경기 이천은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여행지로는 그리 많이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 쌀로 유명하지만 도자기 명소로도 손꼽힌다. 이천 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과 사기막골 도예촌에 가면 다양한 도자기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가을과 함께 도자기가 익어가는 이천으로 떠나 보자.》

이천 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은 축구장 57개 규모인 40만 ㎡ 면적으로 소규모 도자 공방을 한곳에 모아놓았다. 도자기는 물론 가죽, 목공, 한지, 옻칠, 조각, 바느질 등 220여 개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여기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만 500명 정도로 커다란 노천 갤러리와 같다.
이천 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은 축구장 57개 규모인 40만 ㎡ 면적으로 소규모 도자 공방을 한곳에 모아놓았다. 도자기는 물론 가죽, 목공, 한지, 옻칠, 조각, 바느질 등 220여 개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여기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만 500명 정도로 커다란 노천 갤러리와 같다.

○ 마을 전체가 노천 갤러리―도자예술마을


도자예술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인 마을이다. 도자기는 물론 가죽, 목공, 한지, 옻칠, 조각, 바느질 등 220여 개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약 500명의 예술인이 상주하며 활동 중이다.






마을 규모는 40만6000m². 축구장 57개 면적으로 하루 종일 걸어다녀도 전체를 다 둘러보기 어렵다. 다만 한적하다. 주말에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붐비지는 않는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 두고 한옥으로 꾸민 관광안내소를 먼저 들르는 게 필수다. 각 공방의 특징과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보를 본 뒤 관심 가는 곳 위주로 움직이는 게 좋다. 좀 더 수월하게 돌아다니려면 전동스쿠터(1시간 1만5000원)를 빌려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예술인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으며 천천히 마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도자예술마을의 특징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공방에 살면서 창작하고, 전시하고, 판매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며 작가에게 직접 설명도 듣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작품 구입도 가능하다. 대부분 공방과 갤러리는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들어가 구경하면 된다. 마음에 드는 그릇을 만났더라도 서둘러 구입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귀가할 때쯤 선택하면 무거운 짐을 계속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곳은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처럼 개성 넘치는 건물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예술가들 저마다의 취향과 목적으로 지은 건물들이어서 같은 모양의 건물이 거의 없다. 독특한 건물들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화목토 도예연구소는 도자가 식으면서 독특한 선이 생기는 라쿠 소성 기법을 사용한다. 하루 세 번씩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목토 도예연구소는 도자가 식으면서 독특한 선이 생기는 라쿠 소성 기법을 사용한다. 하루 세 번씩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찾았다면 체험 코스는 필수다.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거나, 기본형 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나만의 그릇을 만들 수 있다. ‘화목토 도예연구소’는 라쿠 소성이란 독특한 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든다. 도자기를 약 900도 정도로 구워 가마문을 열고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꺼내 톱밥, 짚, 왕겨 등에 넣어 식히는 기법이다. 이때 톱밥 등이 도자 표면에 생긴 실금에 타들어 가면서 독특한 줄이 만들어진다.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와 도자기를 보는 것도 신기하지만 뜨거운 도자기에 톱밥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는 고향의 향기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하루 체험료는 3만 원.

들꽃마을 공방에서는 손으로 빚어 만들기, 초벌 자기 그림그리기 등 도자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만든 제품은 택배로 배송해 준다.
들꽃마을 공방에서는 손으로 빚어 만들기, 초벌 자기 그림그리기 등 도자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만든 제품은 택배로 배송해 준다.



‘도예공방 들꽃마을’도 물레를 돌리고, 흙을 빚어 나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곳이다. 겉보기에 물레를 돌려 흙을 빚는 일이 쉬워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다르다. 작은 도자기를 빚는 과정조차 내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정한 속도로 물레 돌리는 것도, 손에 적당한 힘을 줘서 빚는 것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빚을 때 다른 생각을 하다가는 그릇이 망가지기 일쑤다. 그래서 도예가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도자기를 잘 빚는다고 한다. 체험료는 1인당 1만6500∼3만3000원.

카페 오르골은 각양각색의 오르골을 제작, 판매하는 곳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 나오는 오르골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카페 오르골은 각양각색의 오르골을 제작, 판매하는 곳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 나오는 오르골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이천 도자예술마을 안에 있는 카페X12인치는 12인치 크기의 각종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의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천 도자예술마을 안에 있는 카페X12인치는 12인치 크기의 각종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의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 마을의 90% 이상이 도자기 공방이지만 독특한 취향을 지닌 공간들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카페 오르골’은 오르골을 제작, 판매한다. 차를 마시며 오르골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나왔던 재미있는 오르골들이 이곳에서 제작됐다. 원하는 음악과 모양을 선택하면 오르골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미리 예약하면 방탄소년단(BTS) 등 자신이 원하는 가수의 곡을 오르골에 넣을 수도 있다.

목공예 소품 등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라우 프로덕트에서는 나무로 서핑 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목공예 소품 등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라우 프로덕트에서는 나무로 서핑 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라우 프로덕트’ 공방에 들어서면 나무 향기가 물씬 풍긴다. 목공예와 관련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전문적인 목공 수업과 나무 소품을 만들 수 있다. 공방 안의 각종 나무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고무줄을 감아 앞으로 가는 나무배를 띄워 놀기는 아이들에게 필수 코스다. 라우 프로덕트는 국내에서 드물게 나무로 서핑 보드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체험을 한 뒤 주변의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아도 좋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난 ‘카페 웰콤’ 등 카페와 식당이 손님을 기다린다.

○ 아기자기한 재미 가득―사기막골 도예촌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도예촌인 사기막골 도예촌은 역사가 오래된공방들이 많다. 현재 도예공방 51곳이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도예촌인 사기막골 도예촌은 역사가 오래된공방들이 많다. 현재 도예공방 51곳이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도자예술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사기막골 도예촌이 있다. 고려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 도예촌으로 1970년대부터 공방이 하나둘씩 모여 지금의 마을이 만들어졌다. 도자예술마을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다. 3대째 도자기를 빚고 있는 ‘토월요’ 같은 전통적인 도자기 공방과 현대적인 생활자기를 만드는 공방 등 40여 개의 공방이 있다. 도자예술마을에 비해 크기가 작아 반나절이면 대부분 공방을 둘러볼 수 있다. 마을은 산제당골산 아래 있어 새소리와 계곡물 소리로 가득하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모양의 도자기들은 이 마을에 다양한 색깔을 덧칠한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예쁜 그릇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한 작가의 작품만을 전시·판매하는 상점이 있는가 하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놓고 판매하는 곳도 있다.

사기막골 도예촌 광장 부근의 산아래 공방에서는 접시, 꽃병, 찻잔, 필통 등 다양한 형태의 초벌 도자에다 다양한 색깔을 입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사기막골 도예촌 광장 부근의 산아래 공방에서는 접시, 꽃병, 찻잔, 필통 등 다양한 형태의 초벌 도자에다 다양한 색깔을 입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산아래’ 공방에서는 아이들이 미리 준비된 도자기를 가지고 직접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림을 다 그리면 유약을 발라 구워 며칠 뒤 집으로 보내준다.

사기막골 도예촌은 한때 일본인들로 붐볐다. 1980년대 일본인들이 고려청자에 관심이 많아 이곳에서 도자기를 사 갔다고 한다. 아침에 공방 문을 열면 쓸어가듯 도자기를 구입했을 정도였다. 현재 사기막골 도예촌에서 전통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6명 정도만 남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소매와 도매 형태로 생활자기를 만들고 판매한다.

이천 도자예술마을과 사기막골 도예촌은 도자기를 보고 만드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신이 지친 요즘,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천은 이 가을에 우리 도자기를 손으로 느끼며 힐링 할 수 있는 명소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이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이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이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경기 이천 도자기 마을#도자예술마을#도예공방 들꽃마을#사기막골 도예촌#산아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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