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보물이 고려대도서관 간 까닭은…

손효림 기자 입력 2020-07-06 03:00수정 2020-07-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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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기증-학교 매입 통해 문화재 16점-귀중서 1만권 보유
도록 ‘카이로스의 서고’ 발간
국보 ‘용감수경’
요나라 승려 행균이 997년 펴낸 한자 사전인 용감수경(龍龕手鏡). 고려시대에 목판에 새겨 제작한 용감수경은 국보 291호다. 중국에도 남아 있지 않은 세계 유일본이다. 이 국보는 현재 고려대 도서관에 있다.

용감수경을 비롯해 삼국유사, 용비어천가 등 보물 7점, 서울시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까지 고려대 도서관은 모두 16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고서 12만여 권 가운데 귀중서는 1만 권가량이다. 조선시대 규장각을 이어받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을 제외하면 대학 도서관으로는 희귀본 소장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이례적이다.

고려대 도서관은 국보와 보물, 귀중서 50점을 담은 도록(圖錄) ‘카이로스의 서고’(양장본 9만 원, 비양장본 5만 원·사진)를 발간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 기회, 특별한 시간을 의미한다.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었기에 문화재와 귀중서에 대한 설명을 한글로 쉽게 풀고 영어도 병기했다. 이재용 사진작가가 촬영을 담당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국보, 보물이 고려대 도서관으로 가게 된 건 기증과 매입을 통해서다. 육당 최남선(1890∼1957)의 유족은 고서 수집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던 육당이 보관하던 2만2000여 권을 기증했다. 용감수경과 삼국유사(보물 419-4호), 훈민정음이 이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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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용비어천가’
초판본으로 인쇄 상태가 뛰어난 용비어천가(보물 1463-4호)와 고려시대 문인 최해가 빼어난 문장을 선별해 정리한 시문선집인 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보물 710호)은 변호사였던 만송 김완섭의 유족이 기증했다. 만송은 수임료를 받으면 일본 등 해외로 반출될 뻔했던 고서들을 꾸준히 사들였다. 선생이 고려대에 출강한 인연으로 유족은 1975년 고서 1만9000여 권을 기증했다. 학교는 감사의 뜻으로 5000만 원을 출자해 ‘만송장학금’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보물 ‘해동팔도 봉화산악지도’
조선시대 전국 팔도에 있는 봉수대를 표기한 지도인 해동팔도 봉화산악지도(보물 1533호)와 김정호가 만든 전국 지도책인 청구도(보물1594-3호)는 학교가 매입했다.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는 적색, 황색, 녹색, 청색 등을 사용해 봉수대는 물론이고 산을 세밀하게 그리고 바다도 물결을 곡선으로 율동감 있게 표현해 한 폭의 그림 같다. 청구도는 두 권으로 나뉘어, 완성된 지도를 보려면 두 책을 위아래로 놓고 나란히 펼쳐야 한다.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1935년 도서관을 착공하고 1937년 완공했다. 석영중 고려대 도서관장(노어노문학과 교수)은 “귀한 손님에게 보물창고를 열어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도록을 발간했다”며 “섬약하면서도 질긴 종이에 담긴 강건하고 항구한 에피스테메(지식)에 바치는 헌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화재#도록#카이로스의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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