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소재부품장비가 미래 GVC 허브 일군다

공동기획=산업통상자원부, 강동영 기자 입력 2020-06-30 03:00수정 2020-06-30 10:1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공급망 재편위기는 K소부장의 기회
민관이 손잡고 강력하게 대응하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 가능

《세계경제가 격동한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산업분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필수 중간재를 생산하던 신흥국들의 공장이 멈추면서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공급망이 와해하는 등 글로벌 분업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놀란 세계 각국이 역내 제조업 기반 재구축을 서두르는 가운데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런 와중에도 자체 기술력으로 수요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꽃피운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GVC 대변혁을 앞둔 ‘K소부장’의 위상과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

쎄노텍, 일본 수출규제 이후 수요기업에 눈도장

㈜쎄노텍은 ‘세라믹 비드’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세라믹 비드는 각종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또는 리튬이온 배터리 등 무기물을 소재로 하는 제품의 제조공정에서 무기물 원재료를 미세하게 분쇄하는 데 사용하는 소모품이다.


이 기술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일본의 두 회사가 시장을 독점했다. ㈜쎄노텍은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0.1mm 비드 생산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수요기업들은 공정 변경에 따른 품질 불안을 우려하여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산만 고집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자 비로소 이들 수요기업이 국내로 눈을 돌렸고, 정부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국내 수요대기업에 납품이 성사됐다. 얼마전 개발에 성공한 0.05mm 비드는 국내 대기업의 차세대 MLCC 공정에서 테스트 중이며 최근에는 수요기업 및 국책연구기관과 함께 산업부 지원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0.03mm 비드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기사

네패스… 해외기업 M&A로 선진 기술력 선점, 도약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강소기업 네패스는 과감한 M&A로 단기간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넓혀간다. 네패스의 반도체 후공정을 위한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FoWLP)’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2017년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인 패널 레벨 패키지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러나 팬아웃 패키지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드레벨의 신뢰성(Board Level Reliabilty)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고민 끝에 2019년 11월, 팬아웃 패키지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미국 데카테크놀로지(Deca Tech-nologies)사의 필리핀공장 설비와 관련 기술을 인수했다. 네패스는 이번 M&A를 통해 향후 5년 내 현재 5% 수준인 팬아웃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엠케이전자, 코로나19 위기 속에 기술력으로 일본기업 바짝 추격

전자제품·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본딩와이어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엠케이전자는 자체 기술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일본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뒤늦게 ‘Ag 합금 와이어’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일본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인력과 비용 등 투자도 버거웠다. 그때 마침 정부과제의 지원을 받아 숨통이 트이면서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후 차츰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 나가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덕분에 2018년 매출 150억 원을 기록하며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했다. 올해는 특히 동남아에 생산거점을 둔 일본 경쟁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엠케이전자는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잘 나가는 기업 비결은 기술력
위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이후 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제조기반을 국내에 확고히 뿌리내리고,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투자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경제 상황에 대응하려면 자체 기술 확보와 수급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라는 산업계의 요구도 거세졌다. 1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러한 변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기존 소부장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 중심으로 대체수입처를 발굴하고, 대체품 테스트 등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는 한편, 시급한 기술이거나 개발에 어려움이 따르는 기술은 해외기업 인수를 독려했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이 무난히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이 밖에도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2022년까지 5조 원을 투입, 기술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은 제조업 GVC의 출발점
현재 국내 소부장 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의 52%를 감당하며 우리 산업의 주력인 제조업을 뒤받친다. 소부장 교역은 2010년 수출 2396억 달러, 수입 1716억 달러에서 2019년 수출 2929억 달러, 수입 1888억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낮은 기술자립도와 만성적 해외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전문기업 출현이나 핵심기술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러한 가운데,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분업구조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은 제조업 공급망의 출발점인 소부장에 주목하며, 그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K소부장’이 재편되는 GVC의 허브가 되려면 좀 더 강력한 중장기 대책과 함께 민관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쎄노텍 허명구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평소 수요대기업의 담당자조차 만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정부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덕분에 수요기업과 잘 연결돼 자체 개발한 기술을 살릴 수 있었다”면서 “수년 뒤에나 사용될 미래부품 개발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부 R&D사업 등의 자금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도 “일본의 수출규제를 국내 소재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공조에 기인한 바 크다”며 “앞으로도 정부와 산업계가 손잡고 더욱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했던 100대 품목 공급안정성 확보대책을 글로벌 차원의 338개 품목으로 확대해 수급 다변화를 지원하고 협력 생태계를 강화하는 등 흔들리지 않는 산업구조 구축에 나서는 한편, 우리 기업의 국내 복귀와 글로벌 첨단기업의 국내 유치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첨단산업의 중심국가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성장 기회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잠재력
GVC 재편 위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공급망 충격을 단기간에 극복하며 소부장의 성장 토대를 구축해낸 경험이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정양호 원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수립했듯, 지금은 우리나라 소부장이 GVC의 허브가 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잘 대비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고, 투명하고 안전한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K-방역’이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듯, GVC 대전환의 시대에 ‘K소부장’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공동기획=산업통상자원부 /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