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1400년 백제 석탑과 바람개비길서 인생샷을∼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5월 2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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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절터 위에 우뚝 선 자태가 매력인 미륵사지의 국보 11호 미륵사지석탑(앞쪽)과 고증을 거쳐 1992년 복원한 동원의 9층석탑.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너른 절터 위에 우뚝 선 자태가 매력인 미륵사지의 국보 11호 미륵사지석탑(앞쪽)과 고증을 거쳐 1992년 복원한 동원의 9층석탑.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역사유적부터 인스타그래머블 명소까지, 고도 익산을 가다

미륵사지, 화려했던 백제의 영화
용안생태습지, 67만m² 압도적 풍광
문화예술거리, 이색 골목투어로 딱


서울서 KTX로 1시간 10분이면 도착하는 전북 익산은 미륵사지석탑, 왕궁리 등 많은 백제 유적으로 유명한 고도(古都)다. 하지만 이곳은 그저 옛 역사의 자취만 있는 곳이 아니다. 시골길을 오색 바람개비로 장식한 성당마을 바람개비길 같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은 공간이나 소품)한 명소도 품은 매력적인 고장이다.

● ‘웅장하면서 단아’…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미륵사는 30대 무왕(600∼641년) 때 창건한 백제 최대 사찰이다. 높이 14.5m, 폭 12.5m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은 현존 석탑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크다. 2001년부터 20여 년간 보수를 거쳐 지난해부터 공개됐다. 절터 동쪽의 구층 석탑은 발견 당시 완전히 무너져 있던 것을 고증을 통해 1992년 복원했다. 미륵산을 배경으로 너른 절터 위에 서 있는 두 탑은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지녔다. 화창한 낮에도 멋지지만 아침나절이나 비가 살짝 내리는 날이면 정취가 더 남다르다고 한다.

이곳 국립익산박물관은 땅에 엎드린 듯 건물이 야트막하고 전시실을 지하에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미륵사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1월 유적밀착형으로 증축했다. 상설전시실에 국보와 보물 11점 등 3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왕궁리유적은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 규모의 백제유적지로 국보 289호인 왕궁리오층석탑이 있다. 제법 넓지만 U자형 수로와 백제시대 화장실 등 색다른 볼거리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금강변의 작은 농촌포구마을인 성당면에 있는 바람개비길. 5km가 넘는 강변 오솔길을 색색의 바람개비로 장식해 장관을 이룬다.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금강변의 작은 농촌포구마을인 성당면에 있는 바람개비길. 5km가 넘는 강변 오솔길을 색색의 바람개비로 장식해 장관을 이룬다.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떠오르는 인생샷 명소’ 바람개비길과 용안생태습지공원

성당면은 금강 아래 자리잡은 50가구 남짓한 포구마을이다. 이곳 강변 오솔길은 길가에 색색의 바람개비가 5km 넘게 이어지는 장관으로 유명하다. 자동차보다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리거나 한가로운 시골 분위기를 느끼며 걷는 것을 추천한다.

바람개비길이 끝날 쯤이면 왼쪽으로 광활한 습지가 등장한다. 67만m²에 달하는 용안생태습지공원이다. 시원스런 풍광이 돋보이는데 마을 이름의 영문조형물이 포토 포인트다.

웅포면 곰개나루는 서해낙조 5선에 꼽히는 명소다. 바다나 산이 아닌 강가 일몰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서구 고딕양식의 종탑과 전면부, 목조한옥 양식의 측면과 지붕이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 화산 나바위 성당.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구 고딕양식의 종탑과 전면부, 목조한옥 양식의 측면과 지붕이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 화산 나바위 성당.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김대건 성인의 발자취’ 화산 나바위 성당과 마애삼존불

망성면 화산에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성지가 있다.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성인이 사제 서품을 받고 돌아와 전도를 시작한 곳을 기념한 나바위 성당이다. 1906년 한옥 목조건물로 시작했지만 1916년까지 증축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한·양 절충식 건물이 됐다. 정면은 고딕양식의 3층 종탑과 아치형 출입구인데 지붕과 벽은 목조한옥 형태다. 성당 뒤편의 바위절벽에는 오랜 풍파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애삼존불이 있다. 언제 새겨졌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당 건립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천주교 성지 속 마애삼존불이 백여 년 넘는 세월 동안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폐교를 활용해 제작한 국내 유일의 촬영용 교도소세트장. 내부 공간이 실제 교도소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폐교를 활용해 제작한 국내 유일의 촬영용 교도소세트장. 내부 공간이 실제 교도소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즐겁게 놀자’ 익산교도소세트장과 문화예술의 거리

익산교도소세트장은 폐교를 활용한 촬영용 교도소 세트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3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었다. 촬영이 있거나 월요일 휴관일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익산역 맞은편 문화예술의 거리는 일제강점기 때 ‘작은 명동’으로 불리던 사카에초(榮町)라는 번화가였다. 익산시가 낡고 버려진 상점을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으로 빌려주면서 새로운 명소가 됐다. 500m 정도로 그리 길지 않지만, 골목 구석구석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익산근대역사관은 1922년 문을 연 삼산의원 건물을 103개로 해체해서 옮긴 뒤 다시 조립해 세웠다. 50년 넘게 영업을 하는 터줏대감 신생반점은 명물 된장짜장으로 유명하다.

익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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