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시간에 ‘책과의 거리 좁히기’ 어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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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대표 9인이 권하는 ‘벽돌책 9’

인내와 배려의 시간이다. 마음을 살찌우기에 적절하다. 책과의 거리 좁히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편집 경력 20년 안팎의 1인 출판사 대표 9명이 500쪽 넘는 ‘벽돌책’을 권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스티븐 핑커 지음·김명남 옮김·1408쪽

인류는 문명화의 과정에서 평화를 얻기 위해, 인간의 권리를 얻기 위해, 인간의 폭력성 복수심 가학성 그리고 이데올로기로 인해 폭력의 역사를 거듭했다. 하지만 전쟁과 야만의 역사 안에서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내면의 악마를 제압해왔다.(조연주 레제 대표)

밀크맨(창비) 애나 번스 지음·홍한별 옮김·500쪽

타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사회 안에서 굴러가는지를 경이로운 문체에 담아낸 소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치밀하고 묘사 또한 신선해 곱씹어 읽을 만하다. 사회적, 물리적 거리 두기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많은 사람에게 권한다.(박래선 에이도스 출판사 대표)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전 2권·가톨릭출판사) 박승찬 지음·716쪽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종교 문제가 화두였다. 기독교의 정체가 궁금한 이에게 추천한다. 서양의 문화 역사 철학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친 기독교를 중세철학 전문가가 예화와 사진 등을 곁들여 흥미롭게 풀어냈다. 십자군전쟁과 흑사병 등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박혜련 오르골 대표)

빅 픽쳐(글루온) 션 캐럴 지음·최가영 옮김·648쪽

장대하고 명쾌하다. 입자부터 생명, 우주까지 아우르는 거창한 주제의 논픽션임에도 서술이 단 한 번 비틀거리지 않는다. 명쾌한 비유와 담백한 유머로 페이지가 팔랑팔랑 넘어간다. ‘사피엔스’급의 압도적인 책을 찾는다면 결코 지나칠 수 없다.(성기승 프시케의숲 대표)
 
 
신들의 봉우리(리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이기웅 옮김·824쪽
 
만화 ‘신들의 봉우리’의 원작 소설. 일본에서 720만 부 판매된 ‘음양사’ 시리즈의 유메마쿠라 바쿠가 구상부터 집필까지 20여 년 들여 완성했다. 극한의 리얼리즘 소설이자 산악문학의 정수. 어지러운 정국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길 바란다.(천경호 루아크 대표)

마일스 데이비스(집사재) 마일즈 데이비스 지음·성기완 옮김·640쪽

‘음성 지원’ 되는 듯한 구어체 문장이 매력적이다. 엄청난 음악적 성취를 이뤘지만 인간적으로는 좀 ‘재수 없는’ 남자가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좇다 보면 푹 빠져든다. 레전드들이 총출동해 재즈의 역사를 훑은 기분이다. 마일스의 눈으로 본 야사에 가깝지만….(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자기배려의 책읽기(북드라망) 강민혁 지음·800쪽

자기배려란 개인주의나 자기본위가 아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서양철학이 비로소 찾아낸 철학적 출구다. 자기를 넘어서는 ‘자기’ 되기! 철학과 책읽기를 자기배려의 연장 삼아 연구한 ‘은행원 철학자’의 진중한 사색과 유려한 문장이, 어려운 책들을 음미하도록 이끈다.(최지영 에디토리얼 대표)

향모를 땋으며(에이도스) 로빈 월 키머러 지음·노승영 옮김·572쪽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깝다. 생의 뿌리인 자연과 거기서 얻은 삶의 지혜를 사유한 책이라고 설명을 달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문장을 읽는 그 맛을 음미하며 읽다 보면 딛고 선 땅과 주변에 흐르는 공기를 바라보는 ‘나’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이현화 혜화1117 대표)

사회주의 100년-20세기 서구 좌파 정당의 흥망성쇠(전 2권·황소걸음) 도널드 서순 지음·강주헌 외 옮김·1792쪽

‘유럽문화사’ 저자 도널드 서순의 또 다른 대작. 제2인터내셔널이 탄생한 1889년부터 100년간 서유럽 좌파 정당의 흥망성쇠를 담았다. 발전하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서구 좌파의 노력과 한계를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냉정하지만 따뜻하게 바라본다.(도진호 지노출판 대표)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책과의 거리#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밀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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