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재창조[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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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원태 크리에이티브 랩 유랑 대표
탁원태 크리에이티브 랩 유랑 대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식견을 주셨으면서도 나 자신이 영원히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피터 섀퍼 ‘아마데우스’ 중
 
희곡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나머지 ‘복수심에 사로잡힌 질투의 화신’이 된다. 작가 피터 섀퍼는 살리에리가 받은 충격을 청각과 시각적 효과로 녹여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모차르트의 비범함을 알게 될수록 자신의 평범함을 견딜 수 없었던 살리에리의 분노는 불공평한 현실을 만든 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점차 변한다.

그러나 신의 처사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항의하는 살리에리는 자신 역시 신의 은총을 받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살리에리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이는 모차르트도, 신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신을 무자비한 존재로 느끼게 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꿈속에 나타난 형체로 변장하여 그의 저승사자가 된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죽음이 그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지 못했음을, 73세의 노인이 되어서야 받아들이고 고백한다.

누구나 한 번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때가 있다. 연극배우로 단역 생활을 하던 시절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면서 누군가와 비교를 하며 나의 모든 행동을 못마땅해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사람과의 왕래도 적어지면서 작은 선택을 할 때조차 깊이 고민하고 이유를 찾아야만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이런 행동이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에 대한 성찰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예술이 큰 도움이 되었다.

불행이라 여겼던 시간들이 재창조의 시간으로 바뀌는 경험의 순간도 많아졌다. 실패도 불행도 어느 날 불쑥 재창조의 시간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그 모든 순간이 결코 인생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볼 수 있었다.
 
탁원태 크리에이티브 랩 유랑 대표
#피터 섀퍼#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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