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조리 꺼려져…’ 코로나19 여파로 횟집·초밥집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5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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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녁 때면 식당 앞 골목까지 손님들이 줄을 섰어요.”

일요일인 5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횟집. 이 가게 사장 최모 씨(57)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점점 줄더니 이제는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까지 떨어졌다”며 하소연을 하듯 말했다.

최 씨가 운영하는 종로3가의 횟집1, 2호점 중 2호점은 이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지 전까지는 가게 안 23개 테이블이 저녁마다 꽉 찼었다고 한다. 이날 최 씨는 2호점에 비해 규모가 작은 1호점만 가게 문을 열었다. 최 씨는 “연중무휴로 1, 2호점을 열었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 돼 2호점을 닫았다”며 “근처 치킨집 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 평소 대비 반타작은 한다는데 우리는 워낙 손님이 줄어서…”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과 회식 등이 크게 줄면서 음식점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초밥집이나 횟집 등이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접촉을 원하는 ‘언택트’ 소비문화 속에 맨손으로 음식을 만져 날 것 상태로 내는 곳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 5일 서울 시내 횟집 등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적지 않았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초밥집 직원 A 씨는 “손님들이 초밥을 잘 안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날 것이라 그런지 더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초밥집은 코라나19 확산 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메밀 국수나 돈까스를 찾는다고 한다. 대학원생 박모 씨(25)는 “요리사가 손을 씻기는 하겠지만 밥과 횟감을 맨손으로 만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요리사가 맨손으로 횟감을 만지고 조리하다보니 꺼려진다는 것이다.

4일 오후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경 종로3가역 인근의 한 참치전문점 직원 염인철 씨(50)는 “코로나19 이전 주말 점심 때는 손님이 30명 정도는 찾았는데 오늘(4일)은 1명도 찾지 않았다”며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손으로 생선의 질감을 느끼면서 칼질을 해야 하는데, 워낙 민감한 시기라 어쩔 수 없이 장갑을 끼게 됐다. 아무래도 위생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영세한 식당주인들은 임대료 부담을 호소한다. 4일 종로구 인근의 횟집 사장 이정규 씨(61)는 “매출이 90% 이상 급감해 1일 13만원, 2일 0원, 3일에 14만 원 매출을 올렸다. 한달 385만 원인 임차료커녕 인건비를 대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렇다고 포장이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 자체가 안 다니는데 누가 포장을 해가겠느냐”며 “요즘 횟집 쪽도 배달 경쟁이 워낙 치열해 다 죽어나간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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