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힘든 시기… 긍정적 심리방역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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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인터뷰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30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종식 시기를 앞당기려면 자신의 심리 방역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 제공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30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종식 시기를 앞당기려면 자신의 심리 방역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 제공
“긍정적 심리 방역이 신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49·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확산을 계기로 방역의 개념이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 학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지역민들의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 반응을 최소화하는 ‘심리사회방역지침’(117쪽)을 발간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 지인, 치료 및 방역 업무를 맡은 의료진, 재난취약계층, 지역 거주자, 정부 등 관련 직군 및 28개 주제와 시기별로 나눠서 심리 사회적 역할과 대처 방법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현 회장은 “심리학은 물론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간호학 분야에서 여러 정신건강 전문가의 경험과 지혜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 방역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미리 세우고,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지역사회가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민의 셀프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심리 방역’에 최상의 모델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하자 현 회장은 “그렇다.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타적 행동을 관찰하고 주변에서 지지를 받을 때 ‘회복 탄력성’은 살아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결국 끝이 있다는 것. 내 주변의 모두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갖기 때문에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회장은 대구시민이 초기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량 발생으로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수준의 불안, 우울, 두려움 등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구시민의 긍정적 대처에 이어 정신건강과 장기적 회복을 위한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심리 방역의 실천 방안에 대해 현 회장은 “주변에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은 부정확한 정보나 루머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아닌 믿을 수 있는 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부정적 감정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이 높아 결국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특이한 것은 긍정적인 감정 또한 전파력이 높고 희망적인 감정을 많이 표현할수록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거죠. 모두가 힘든 시기를 이길 수 있는 힘은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입니다. 감염병은 항상 끝이 있어요. 서로를 향한 관심과 응원이 피해 상처와 종식을 앞당기는 길입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2015년 출발했다. 스트레스에 대한 기초, 임상, 정책 지식을 다루고 있다. 올해 1월 대학과 종합병원 등 전문가 20명이 ‘코로나19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정신건강 기초 조사와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심리사회방역지침 내용은 카드 뉴스와 웹툰(인터넷 만화)으로 제작해 배부할 예정이다.

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감염병 재난에 더욱 잘 대처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현진희#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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