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증상자 684명 한국 왔다…발열검사로 차단될까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27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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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상자 입국 줄일 수 있다면 방역 부담↓
공항 검역소 내 안전도 일정부분 담보 가능
해열제 등에 발열 가려질 수도…확인 한계
전문가 "유증상자 선별, 공항 밖서 검사해야"

정부가 30일 한국에 도착하는 항공기부터 현지 공항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해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탑승을 막기로 했다.

전면적인 입국 금지 요구엔 내국인이 90%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어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사실상 유증상자에 대한 입국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하루 7000명이 넘는 입국자 가운데 9% 정도인 659~684명에 달하는 유증상자 유입을 막게 되면 가뜩이나 과부하가 걸린 검역 단계에서의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인 입국까지 전면 차단하지 않으면서 진단 도구와 검역 인력 등 제한적인 방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묘안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하루 700명 가까운 유증상자, 한국으로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주 월요일인 30일 오전 0시 이후 한국에 도착하는 항공편에 대해 해외 공항에서 발열 검사를 실시한다. 탑승 시 발열 상태를 확인해 37.5도가 넘으면 탑승을 거부토록 하고 항공기 운임 등에 대해선 환불 조치하는 방식이다.

하루 7200~7400명이 넘는 한국행을 택한 입국자 가운데 유증상자는 9% 수준인 600명 후반대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체 입국자 7285명(내국인 5180명, 외국인 2105명) 중 유증상자는 659명(9.0%), 26일에는 7443명(내국인 5464명, 외국인 1979명) 중 684명(9.2%)이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유럽발 입국자의 경우도 하루 101~211명 정도가 유증상자다. 전수 검사 첫날인 22일 1442명 중 152명(10.5%), 23일 1203명 중 101명(8.4%), 24일 2071명 중 211명(10.2%), 25일 983명 중 137명(13.9%) 등이다.

◇유증상자 한명이라도 덜 태우면 기내 감염 우려↓

열이 나는 사람을 태우지 않으면 당장 항공기 내 안전부터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기내의 경우 공기 순환 장치가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 우려가 낮은 편이다. 객실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낼 뿐만 아니라 상공에서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지는 외부 공기를 기내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엔진 압축기를 거쳐 고온에서 균이 사라지고 이마저 필터로 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특히 장거리 여행의 경우 기내에서 식사가 제공되는데 아무리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키더라도 식사를 할 땐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

유증상자가 한명이라도 덜 탑승한다면 기내 감염 차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검사 대상 절반 수준인 대기 시설 해소될까

현지 탑승 수속 과정에서 한 차례 유증상자의 한국행을 제한하게 되면 검역 단계에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우리 방역 당국은 입국자 가운데 유증상자에 대해선 국적과 상관 없이 전부 진단 검사를 검역 단계에서 하고 있다.

유증상 입국자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할 수 있는 임시생활시설은 인천국제공항 검역소 내 의료지원센터와 영종도 국민체육공단 경정훈련원, 인천 오라호텔 등 3개소 185실 정도다. 추가로 200실가량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이를 더해도 385실이다. 하루 659~684명이 머물기엔 부족한 숫자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선택하지 않는 한 유증상자 입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 지역사회 차단을 막기 위해선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증상자 관리가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임시생활시설 규모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증상자 입국 제한은 입국 금지를 하지 않으면서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공항 검역소 내 유증상자 밀집도 낮춰야

유증상 입국자를 줄일 수 있다면 공항 내 안전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

이들 유증상자들은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외부에 8개씩 총 16개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가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검역소 실내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유증상자들이 장시간 실내에서 검사를 기다리며 머물고 있어 교차 감염이나 검역소 직원 등의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증상자 입국이 줄게 되면 공항 검역소 내 밀집도를 낮출 수도 있다.

방역당국도 공항 내 유증상자들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유럽발 입국자 중 외국인 전체와 무증상 미국 입국자 가운데 단기체류 외국인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개방형 선별진료소도 안전성 부분 등이 입증되는 대로 유증상 입국자들의 검체 채취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영래 중대본 홍보관리반장은 이날 “유증상자 입국자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그 안에서의 밀집도를 떨어뜨리고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부분”이라며 “소소한 문제점 같은 것을 개선해서 안전성 부분에 확신이 들면 공항 내에 있는 유증상자 입국자들도 최적의 동선을 짜 신속하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열체크만으로 유증상자 확인 얼마나 될지 미지수

열이 나는 사람이라면 여행 전 해열제 등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탑승 전 발열 등 증상이 있더라도 탑승 수속 과정에선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발열 이외 증상이라면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아직 국내에선 확인된 사례가 없지만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의 무증상 상태에서의 전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관건은 발열 검사만으로 실제 유증상자를 얼마나 확인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발열 검사 후 항공기 탑승 대책으로 어느 정도 유증상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와 함께 유증상자의 경우 서둘러 공항 밖에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공기 탑승 전 발열 체크가 유증상자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검역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이 유증상자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며 “이에 유증상자는 비행기 안에서 파악해 다른 승객들보다 먼저 내리게 한 후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안내해 선별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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