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못 구해 발 동동’…소아암 환자에 마스크 기부 행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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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들에게 보건용 마스크는 필수품인데 ‘마스크 대란’으로 이를 구하지 못해서야 말이 됩니까. 환자와 부모들이 발만 동동 구른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죠.”

경남 창원에 있는 CNA서울아동병원 원장인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는 요즘 서울에서 창원으로 KTX를 타고 가던 10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동아일보를 펼쳐들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아암 환자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단 기사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장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도와야겠단 마음이 들었죠. 내려가자마 백방으로 마스크를 구하려고 뛰어다녔습니다. 마스크업체까지 전화를 돌렸지만 어린이 보건용 마스크는 정말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대한적십자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박 원장의 간곡한 부탁을 들은 적십자사는 소아용 보건용 마스크 1만 8000장을 포함해 마스크 11만8000장을 대한아동병원협회와 대한소아청소년학회에 지원했다. 이 마스크들은 24일부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보내고 있다.

박 원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런 기부가 소아암 환자들과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며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마스크를 구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소아암 환자 가족들은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딸이 소아암을 앓고 있는 우모 씨(46·여)는 “나중에 우리 딸도 타인을 도우며 살 수 있게끔 잘 키우겠다”며 “또 한 번 이 세상은 아직 살아볼만한 곳이라 믿고 힘을 냈다”고 전했다.

3일 동아일보가 소개한 서울 성북구 길음2동의 기초생활수급자 강순동 씨(62) 사연도 따뜻한 온정으로 영글고 있다. 강 씨는 곤궁한 형편에도 7년 동안 부은 암 보험을 깨 대구에 성금으로 보냈다. 그의 진심에 감동한 시민들이 계속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강 씨의 사연을 듣고 치매로 투병하고 있다는 70대 남성은 18일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전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10만 원이 든 봉투를 길음2동 주민센터로 부쳤다. 13일에도 “기사를 보고 엄청 울었다”는 익명의 기부자가 보건용 마스크 100장을 주민센터에 보내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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