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첨단무기로 국가 안보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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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하노이 노딜 후 16차례 도발… 신형 타격무기 개발 움직임 포착
한반도 안보 정세 다시 ‘적신호’
“코로나19 사태로 시기 늦췄을 뿐… 대미-대남 압박용 도발 시간문제”
인공지능-드론-로봇-3D 등 접목… 4차산업혁명 기반 방산 주도해야

지난 반세기 한국의 방위산업은 숱한 도전과 안보 위기를 극복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전투기와 헬기, 전차, 잠수함, 정밀유도무기 등 첨단전력을 독자 생산해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방위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평화를 확고히 뒷받침하는 강력한 국방력의 원천이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규제 철폐와 범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지난 반세기 한국의 방위산업은 숱한 도전과 안보 위기를 극복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전투기와 헬기, 전차, 잠수함, 정밀유도무기 등 첨단전력을 독자 생산해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방위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평화를 확고히 뒷받침하는 강력한 국방력의 원천이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규제 철폐와 범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2년째로 접어든 북-미 비핵화 대화의 공백기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층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을 겨냥한 다양한 신종타격무기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연이은 시험발사,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신형엔진 연소시험 등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고(핵탄두·핵물질) 비축량도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군 안팎에서 북-미 교착 장기화가 북한에 ‘핵무력 증강’의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북한과 미국이 ‘화염과 분노’식 극단적 대결을 자제하면서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북핵·미사일 능력 진일보 위협적

지난해 2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담판’이 무산된 이후 북한은 신형 탄도미사일의 개발 배치에 ‘다걸기(올인)’하다시피 했다.

그 실태는 각종 수치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2개월여 만인 지난해 5월초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시작으로 그해 11월 말까지 대남타격용 신종무기 4종과 북극성-3형 신형 SLBM 등 5종류의 신형 발사체를 13차례나 발사했다. 올 3월에도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초대형방사포(KN-25)와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을 세 차례나 동해상으로 쏴 올렸다.

성능도 더 위협적으로 진화했다. KN-23 등 대남타격 신종 무기는 저고도 비행과 변칙기동이 가능해 기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보다 탐지 요격이 쉽지 않다. SRBM의 파괴력에 방사포(다연장로켓)의 연속발사 능력까지 갖춰 최단 시간 내 여러 표적에 대한 대규모 기습타격도 할 수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미 관계의 교착기를 틈타 KN-23 등의 양산 배치에 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포착·요격이 불가능해 핵을 탑재하면 ‘궁극의 핵병기’가 될 수 있는S LBM의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 10월에 쏴 올린 ‘북극성-3형’은 기존 SLBM(북극성-1형·사거리 1300km)보다 사거리가 1000km 이상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다탄두 장착 능력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성-1형의 몸집(추진체)을 더 키워 원거리 타격 능력과 파괴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신형 ICBM 개발 움직임도 꾸준히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서해 동창리에서 1주일 새 두 차례나 실시한 신형 ICBM용 새 액체엔진의 연소시험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화성-14형(ICBM급)·15형(ICBM)보다 더 무거운 핵탄두를 미 전역 어디든지 실어나를 수 있는 신형 ICBM의 완성에 바짝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마라톤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는 사거리 1만5000km급 다탄두 ICBM일 가능성이 있다”며 “연료 주입 없이 즉각 발사가 가능한 고체엔진 ICBM 개발도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탄두와 그 원료인 핵물질 증산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영변과 강선 등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최소 100kg(핵탄두 3, 4개 분량)이 넘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한 걸로 추정된다. 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미 교착이 길어질수록 북한의 핵무기고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이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는 상황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레드라인’ 넘지 않는 北, 대화의 끈 유지하는 美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가 신경전과 설전을 벌이면서도 나름대로 상황을 관리한 것에 의미를 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도발을 하지 않았고, 미국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선례가 향후 협상 국면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미 휴지기가 극한 대치로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충격적 행동’을 예고한 만큼 대미·대남압박을 노린 ‘특대형 도발’은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3월 한미 연합훈련에 맞춰 신형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계획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그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대남 기습도발의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잇단 항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정면 위배되는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을 계속 강행하는 것이 그 전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회담에 참여했다가 뜻대로 안 되면 허를 찌르는 도발 등 벼랑끝 전술을 재연했다”며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도발(2010년 11월 23일 등)과 같은 기습도발을 북한이 단념했을 거라 단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해 3대 도발’로 희생된 55명의 영웅을 기리는 제5회 서해수호의 날(27일)을 맞아 북한의 영구적 핵포기(CVID) 이전까지는 과거 도발을 교훈 삼아 대비 태세를 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 국방력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

북한의 군사위협이 상존하는 한 국방력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인 방위산업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방위산업은 숱한 안보위기를 극복하면서 도약과 발전을 이뤄왔다. 1970년대 초 북한의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정부는 ‘자주국방’을 내걸고 무기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군·산·학의 모든 인력과 기술, 자원을 투자해 미국 무기를 베끼는 것을 시작으로 군용차량과 함정, 전차, 자주포를 독자 생산했고, 잠수함까지 자체 건조할 정도로 실력을 키웠다. 1990년대 이후에는 함대함 유도미사일 등 정밀유도무기를 비롯해 초음속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헬기를 설계 제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0년대 이후에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 유도탄을 개발, 배치하는 한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와 한국형전투기(KFX)도 2020년대 중반까지 전력화할 계획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을 준비할 때 고출력의 전자기파를 분출해 관련 장비를 고철로 만드는 비핵전자기펄스(EMP) 폭탄도 자체 개발 중이다.

국산무기의 수출시장도 성장세를 거듭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필리핀 등에 소총 탄약을 팔던 시절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전차와 경공격기, 잠수함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주력 무기들을 80여 개국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완숙기에 접어든 국내 방위산업은 도전을 맞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방산기업의 매출과 수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공세’로 수출시장의 경쟁은 첨예해지는데 방산 육성을 가로막는 규제는 여전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방위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무기 조달 중심의 패러다임을 탈피해 범국가적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위산업을 민관군의 기술과 연구 역량이 집결되는 ‘종합 산업경연장’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드론·로봇·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적극 접목해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법은 국방 분야의 연구개발(R&D)을 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으로 진행하고, 민군의 개방·협업을 통해 국방과학기술 역량을 제고하는 취지로 제정됐다. 국가 소유 지식재산권의 업체 공동 소유, 업체의 ‘성실한 실패’에 대한 제재 감면 등이 골자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속한 기술 변화에 맞춰 국방과학 연구를 더 순발력 있게 진행하고, 민관군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방위사업청은 보고 있다.

올 1월 초 국회를 통과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방위산업 발전법)’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중소벤처기업의 국방 분야 진입과 방산 전문인력 양성 및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방위산업 국가정책사업 지정 등을 통해 방산 수출 증대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위사업은 전형적인 선진국형 지식기반 산업으로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방위산업이 국가안보와 일자리 창출, 수출을 통한 국익 증대 등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면 더 많은 규제 철폐와 제도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자주국방#국방#첨단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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