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말고 즐길거리 찾아… 연예계의 태풍이 될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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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은퇴하게된 SK 전태풍

2009년 혼혈 귀화 선수로 KBL리그에 데뷔한 전태풍은 실력뿐 아니라 거침없는 입담, 친절한 팬 서비스로 농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태풍은 “앞으로 방송인으로 살겠다”며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KBL 제공
2009년 혼혈 귀화 선수로 KBL리그에 데뷔한 전태풍은 실력뿐 아니라 거침없는 입담, 친절한 팬 서비스로 농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태풍은 “앞으로 방송인으로 살겠다”며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KBL 제공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 괜찮아.”

특유의 개성 있는 말투는 여전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의 리그 조기 종료 결정으로 예정보다 빨리 유니폼을 벗게 된 SK 전태풍(40)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돼 기약 없이 시즌 재개를 기다렸던 그의 농구 인생도 막을 내렸다. 24일 경기 용인시 구단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다 이 소식을 접한 전태풍은 동료들에게 간단한 작별 인사를 했다. SK는 다음 달 전태풍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할 계획이다.

예상보다 약간 빨라진 은퇴지만 전태풍은 다 계획이 있었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농구 말고 나를 위해 즐기면서 살 거다”라며 ‘방송인’ 변신을 선언했다. 휴식 기간 중 연예 소속사 5곳과 만났단다. 전태풍은 “내 스타일을 잘 이해해주고 조언해주는 곳, 그냥 이기적이지 않은 곳이면 된다”고 소속사 선택 기준도 밝혔다. 곧 예능인 전태풍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귀화 선수인 전태풍은 2009년 KCC에 입단하며 KBL 무대에 데뷔했다. 입단과 함께 ‘토니 애킨스’에서 전태풍이 됐다. 어머니 전명순 씨의 성을 따랐고 한국 농구에 태풍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농구 명문 미국 조지아공대를 졸업하고 유럽에서 7년간 활약한 그는 국내에서도 정상급 기량과 거침없는 입담, 친절한 팬 서비스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KCC 시절인 2010∼2011시즌에는 리그 우승도 맛봤다. 전태풍은 이때를 “프로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때”로 꼽는다.

유쾌한 성격의 전태풍은 코트 안팎에서 팬들을 자주 웃게 했다. 2018∼2019 올스타전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다. KBL 제공
유쾌한 성격의 전태풍은 코트 안팎에서 팬들을 자주 웃게 했다. 2018∼2019 올스타전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다. KBL 제공
한국 생활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단다. 어머니의 나라, 가정을 이룬 곳, 농구팬들 등 여러 이유를 꼽았다. 그렇기에 “한국말을 열심히 익혔던 이유다. 앞으로도 전태풍으로 한국에서 쭉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상대 선수에 대한 솔직한 외모 평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KBL 제공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상대 선수에 대한 솔직한 외모 평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KBL 제공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가장 호흡이 잘 맞던 선수로는 하승진(은퇴)을 꼽았다. 전태풍은 “커서 패스하기 좋다. 내가 슛 실패하면 다 잡아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선수는 양동근(현대모비스)이었다고. 그는 “기본기가 좋은 완전 ‘한국 스타일’. 코트에서 흥분하지 않고, 많이 뛰고, 슛을 넣을 만할 때 잘 넣었다”고 평가했다. 그런 양동근을 상대로 2008년 귀화 전 연습경기에서 전태풍은 26점을 몰아넣은 적이 있다.

“양동근이 대단한지 몰랐어. 겁 없었어. 그리고 그땐 (내가) 애킨스였잖아. 마음먹으면 다 제치고 개인기 ‘만땅’(최고)이었을 때(웃음).”

한국농구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냐고 묻자 고민 없이 “선수들이 코트에서 마음껏 개인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농구의 팀플레이, 팀 공격, 팀 수비 좋다. 하지만 선수들이 화려한 개인기도 보여줘야 팬들이 더 즐거울 거다”라고 말했다.

방송인을 선언한 전태풍은 지도자로 코트에 복귀할 수 있을까. 전태풍은 “2년 전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당연히’라 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15년 KCC로 복귀한 뒤 친정팀에서 ‘웃으며 은퇴’를 꿈꾸다 갑자기 팀을 떠나야 했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렇지만 허심탄회하게 농구 이야기를 하다 속내도 드러낸다.

“내가 코치 되면 선수들 5월, 6월, 7월(즉 여름)에 산 뛰게 안 할 거야. 그거 쓸데없어. 개인기 연습해야지. KBL이 (나 같은) 혼혈 지도자를 받아주면 나 그렇게 할 거야.”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농구#전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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