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엔 온통 ‘제구’뿐… 출격만 벼르는 대형루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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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5선발 낙점된 소형준

프로야구 KT의 ‘특급 신인’ 소형준이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으로부터 일찌감치 5선발로 낙점받은 그는 “팬들 앞에 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T 제공
프로야구 KT의 ‘특급 신인’ 소형준이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으로부터 일찌감치 5선발로 낙점받은 그는 “팬들 앞에 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T 제공
“마스크를 착용하는 거 외에 제 일상이 달라진 건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좁아졌지만 KT 신인 소형준(19)은 “놀 줄 몰라 과거에도 숙소, 훈련장만 오갔다”고 말한다. 팀 훈련이 없던 23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푹 쉰 게 전부란다.

지난해 모교 유신고를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으로 이끈 뒤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슈퍼 루키’의 프로 데뷔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1차로 KT에 지명된 그는 성인 무대에 걸맞은 힘을 장착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공을 들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체지방은 4kg이나 줄이고 근육량을 2kg 늘리며 고교 시절보다 한층 몸이 탄탄해졌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유신고의 우승을 확정지은 후 포수 강현우(KT)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소형준. 동아일보DB
지난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유신고의 우승을 확정지은 후 포수 강현우(KT)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소형준. 동아일보DB
땀의 결과는 스프링캠프에서 나타났다. 고교 시절 140km대 중후반의 공을 던지던 소형준의 구속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최고 ‘150km’까지 올랐다. 소형준 스스로도 “처음 본 숫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제구다. 고교 시절부터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못 던지는 공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소형준은 예리함을 장착하기 위해 큰 힘을 쏟았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다른 게 연습경기에서 던지는 순간 ‘실투다’ 하고 생각하는 공은 여지없이 맞는다. 그래서 공 하나에 ‘혼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집중한다”고 말했다. 하루 중 가장 많이 되뇌는 단어도 ‘제구’와 ‘집중’이다. 가장 잘 다듬은 구종을 묻자 ‘투심 패스트볼’을 꼽았다. “패스트볼과 속도 차가 안 나는 데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의 움직임이 지저분해졌다”는 설명이 돌아온다.

고교생 티를 한 꺼풀씩 벗고 있는 소형준에게 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은 일찌감치 ‘5선발’ 역할을 부여했다. 올 시즌 데뷔를 앞둔 10개 구단 신인 중 역할이 고정된 건 지금까지 소형준이 유일하다. 이 감독은 소형준 이야기만 나오면 “2년 전 (고졸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KT)를 보는 것 같다” “(던지는 걸 보면) 눈이 정화된다”며 기를 팍팍 살린다. 부담될 만도 하겠지만 그는 “스스로 증명하면서 떨쳐내야 할 부분이다”라고 의젓하게 답한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모습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귀국 후 16일 치른 첫 청백전 등판에서 첫 이닝에만 3실점(2자책)을 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소형준은 이후 6이닝째 점수를 내주지 않고 있다.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22일 두 번째 등판에서는 이 감독이 매 회 3아웃 이후에도 한두 타자를 더 상대시키며 소형준을 흔들었지만 소형준은 당황하지 않고 범타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소형준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주저 없이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라는 답이 돌아온다. 신인왕 등 개인 타이틀에 대해 “5선발로 팀이 가을무대에 진출할 때까지 기여하고 나서야 생각해볼 일인 것 같다”고 답한다.

‘어디서든 에이스가 되는 게 꿈’이고 고교 시절까지 간판 투수로 성공적인 활약을 했던 새내기의 말 한마디는 내내 에이스다웠다.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야구팬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할 때도 그랬다.

“힘든 시기가 빨리 지나가고 뵙는 날이 오길 기다려요. 다시 만나는 그날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하.”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소형준#kt#슈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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