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부대 민간인 침입 조사’ 해작사도 작년 말 뚫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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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40대, 오후 5시47분경 월담… 9분간 부대 돌아다니다 잡혀
“함정 견학, 문닫혀있어 넘었다”… 軍 경계태세 ‘구멍’ 잇따라

최근 잇단 민간인 침입사건으로 일선부대의 경계태세를 조사해 온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에서도 지난해 말 민간인이 무단 침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의 작전 전반을 통제·지휘하는 해작사에서도 경계 허점이 드러나면서 군 대비태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5시 47분경 40대 남성 A 씨는 높이 약 3.5m에 이르는 부산 해작사 2정문을 넘어 영내에 침입한 뒤 9분 간 부대 안을 돌아다녔다. 당시 문에는 경계근무 병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을 통해 평소 군수물자를 들여왔으며, 상시개방하지 않아 경계병이 배치되지 않았다고 군은 전했다. 문에는 경보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

A 씨가 월담하는 모습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당시 해작사는 ‘2019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의 일환으로 민간인 견학을 위해 오후 5시까지 함정과 가까운 2정문을 개방했고 민간인 수백 명이 방문한 뒤 돌아갔다.

A 씨는 함정에 근무하던 간부에게 적발될 당시 술에 취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함정 견학을 하려했는데 문이 닫혀있어 담을 넘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인계된 A 씨는 대공용의점이 없어 훈방처리됐다.

하지만 최근 민간인 침입사건이 이어지면서 허술한 대비태세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8일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뚫고 들어갔으며, 올 1월엔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를 무단으로 침입해 1시간30분가량 활보했다. 16일엔 한 남성이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방공진지에 침입했으며, 21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선 외곽 울타리에 8개월가량 뚫려 있던 ‘개구멍’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7일 “통렬하게 반성해야한다”며 “작전 시스템 및 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잇따라 부대 경계망이 뚫리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병력 감축, 복무기간 단축 기조에서 경계 전력을 강화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전방초소(GOP)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후방부대에 도입하는 것도 예산 문제로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군 내부에 침입한 민간인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공용의점이나 군 시설 손괴 등이 없는 초범인 경우 대개 훈방조치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대비태세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군부대#민간입#침입사건#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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