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일회용 종이컵의 부활…추억 담는 사진 인화지로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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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기업 테오아의 오승호 대표는 국내 최초로 재활용 종이컵을 사진 인화지로 사용하는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그는 “모든 종이를 재생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지구의 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스타트업 기업 테오아의 오승호 대표는 국내 최초로 재활용 종이컵을 사진 인화지로 사용하는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그는 “모든 종이를 재생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지구의 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거리에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너무 많았어요. 쓰레기처럼 쌓인 종이컵들을 재활용할 순 없을까 고민한 끝에 만들어낸 게 사진 인화지였죠.”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승호 테오아 대표(30)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일회용 종이컵을 사진 인화지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1월부터 ‘필라로이드’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인화와 포토북, 액자를 제작하면서 24일 현재 종이컵 3만4000여 개를 재활용했고, 인화된 사진만 20만3000장이 넘었다. 친환경 사진 인화 서비스가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주문량은 1000건이 넘는 때도 있다.

테오아는 직원 4명뿐인 스타트업 기업이지만 친환경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벤처투자와 인라이트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커피숍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은 내부가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하기가 어려웠다.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종이컵은 연간 257억 개에 달한다. 재활용률은 5%에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 불태워진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6만t이나 된다. 오 대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종이컵 소각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모든 종이를 재생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지구의 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 대표는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재학 시절 세계광고대회 등 공모전에서 20여 차례나 상을 받았다. 2016년 미국 크리에이티브 인터내셔널 시상식에서는 대상도 받았다. 유명 광고회사에서 취업을 제안해 왔지만 거절했다. 아이디어를 실용화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테오아를 세운 뒤 반려견의 비문(콧구멍)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가 어려운데다 전문 인력이 부족해 중단했다. 대신 지난해부터 종이컵을 재활용해 사진을 인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종이컵 재활용 아이디어를 생각한 건 어릴 적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며 환경오염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 한달에 평균 카페 등을 통해 수집하는 종이컵은 약 1만여 개. 이를 용지재생 전문업체에 맡겨 종이컵의 코팅을 벗겨낸 뒤 압축, 분쇄작업 등을 거쳐 사진 인화지로 만든다. 종이컵 한 개를 재가공하면 큰 인화지 2,3장을 만들 수 있다. 그는 “버려진 종이컵은 재가공하면 고급 섬유를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인화지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테오아는 종이컵 재활용 종이의 용도를 엽서 카드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커피 관련 업체와 협의해 버려진 종이컵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업체로서 지구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오 대표는 “재활용한 사진으로 지구를 살리는 미래를 만들겠다”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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