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2030 세상/도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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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형사정책연구원의 ‘2016년 전국범죄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이상 국민 10만 명당 1만1524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사기 범죄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의 2013년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1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사기 공화국’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보통 ‘사기’는 돈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였는데 그 범행 양상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 사회 취약계층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서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한 다음 그 대출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그 범행 대상도 20대 청년이 많아졌다. 요즘 들어 대출이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

사기 범행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자를 형사 고소해도 가해자로부터 실제로 피해금을 반환받기는 무척 어렵다. 피해자가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 정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자는 이미 편취금을 모두 탕진해 버린 다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배상명령에 따라 집행을 하려고 해도 추심 가능한 돈이 없다.

한편 피해자는 대출로 인해 가혹한 상황에 놓이는데, 대부업체 등에서 보낸 독촉장이 집요하게 날아오고, 법원에서 대여금 청구 소장 부본이 송달되며, 사기 피해자임에도 대출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당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압박에 시달리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해자로부터 푼돈을 합의금으로 받고 처벌 불원서를 내어주는 경우도 제법 봤다.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실로 끔찍해서 상상을 초월했다.

인터넷 등에 공유된 사기 예방법 중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괜찮고 현실 가능한 방법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이나 투자계약을 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공정증서’ 작성을 요구하되 공정증서에 변제 방법이나 투자금 회수 방법을 구체적으로 넣고, 이자 또는 수익금을 1회라도 미지급 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이다.

KF94 마스크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는 있으나 완벽 차단할 수는 없듯이, 위 방법도 예상되는 빈틈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상대방이 공정증서 작성을 거부하는 경우 금전 대여나 투자를 원점에서 재고할 기회가 생기고, 유사시 바로 상대방 계좌를 압류할 수 있으며, 공정증서에 기재된 변제 방법이나 투자금 회수 방법이 사실과 다른 경우 사기죄 성립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므로 아주 무의미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누군가가 당장 돈이 없더라도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되고 대출이자보다 투자수익이 크니까 결국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고 하자. 이때 그 유혹과 같은 저울에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 살게 될 남은 인생 전부’이다.

특히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청년들이 대출을 받아 그 돈을 편취당하면 가지고 있던 돈을 편취당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한의 고통을 평생 겪게 된다는 점을 꼭 유념했으면 좋겠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사기#공정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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