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표준 맞춰 이참에 9월 학기제 도입을”… “사회적 비용 크고 입시일정 변경 등 불안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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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다시 불거진 ‘가을학기제’ 찬반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연이어 늦춰지면서 ‘9월 가을학기제(9월 학기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관련 언급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돼 공론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와 대학의 1학기를 3월이 아닌 9월에 시작하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 나라가 운영 중이다. 한국은 4월 학기제를 운영하다 1961년부터 3월 봄학기제를 시행했다. 관련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정부 때 검토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9월 학기제 도입을 추진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취지로 내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반구의 호주를 제외하면 1학기를 봄에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것.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외국인 교수, 학생 등 우수 인재 유치가 수월해진다는 논리였다. 또 유학생이나 주재원 자녀들이 공백 없이 국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5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보고서도 내놓았다. 초중고교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도입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시행할 경우 2018년 3월 입학할 예정인 학생들이 6개월 앞당겨 2017년 9월에 입학한다. 이 경우 초등학교에는 3월 입학생과 9월 입학생이 동시에 다닌다. 학교 시설과 교사 모두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도입 후 12년 동안 최대 10조 원이 소요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 측은 국내 학기제를 국제 표준과 맞출 필요가 있다며 9월 학기제 도입으로 인한 일시적 혼란은 단계별 시행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부 유학생과 교원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데서 얻는 이득보다 대다수 국내 학생이 학기를 바꾸는 데 따르는 비용이 더 크다는 것. 입시 일정 변경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도 컸다. 결국 논란 끝에 9월 학기제는 무산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추가 개학 연기론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참에 9월 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22일에는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일단 다음 달 6일 개학을 목표로 방역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9월 학기제는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별 시나리오와 비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웅 leper@donga.com·박효목 기자
#코로나19#9월 학기제#가을학기제#입시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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