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확진자 열흘만에 20배로… “국경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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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해외여행 금지” 빗장 건 美

‘중국 탓’ 강조한 트럼프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자회견 원고에서 ‘코로나(CORONA)’라고 쓰인 부분이 줄을 그어 지워지고 손으로 쓴 
‘중국(CHINESE)’으로 수정돼 있다(실선 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중국 탓’ 강조한 트럼프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자회견 원고에서 ‘코로나(CORONA)’라고 쓰인 부분이 줄을 그어 지워지고 손으로 쓴 ‘중국(CHINESE)’으로 수정돼 있다(실선 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미국이 세계로 오가는 모든 길목에 사실상 빗장을 걸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인구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전 주민에게 집 밖에 나오지 말 것을 명령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 전쟁”을 선언하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 ‘전 세계가 위험지역’ 판단

미 국무부는 그동안 자연재해, 분쟁 등으로 미국인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지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4단계(여행금지) 여행경보를 발령해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이란, 몽골과 한국의 대구,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및 베네토 지역에 대해서만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19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여행경보 4단계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 밖은 모두 위험하다’는 미 정부의 인식을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한 중국, 이란, 유럽발 입국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미국 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은 북미대륙 북쪽과 남쪽 국경에도 빗장을 걸고 있다. 캐나다와 맞대고 있는 약 9000km 국경을 일시 폐쇄했다. 남쪽의 멕시코와도 비슷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러스 차단 조치의 중점을 광범위한 진단 확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열흘 만에 감염자 수 20배로


미국이 국가 차원의 ‘격리’에 들어간 것은 진단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감염자 수는 하루에 4951명이 늘면서 1만4366명으로 증가했다. 이달 10일 미국의 감염자 수가 734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열흘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감염자 수는 중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독일에 이어 6번째로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각 주와 민간 연구소가 검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환자를 가려내는 능력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역사회 전파가 꽤 진전됐다는 뜻이다.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감염자가 2000명가량 늘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를 가진 캘리포니아주는 앞으로 8주 이내에 전 주민의 약 56%에 해당하는 2550만 명이 감염될 수 있고 병상이 2만 개 모자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 해군 병원선 ‘USNS 머시’를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 배치하고 9월 1일까지 주둔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국방부는 워싱턴주와 켄터키주의 육군 이동형 병원부대 2곳에 출동 대기 명령을 내렸다.

○ 트럼프, “의료전쟁 이길 것” 연일 독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처방약 및 백신 개발과 관련해 식품의약국(FDA)에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red tape)’를 없애고 치료법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항(抗)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대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전쟁’을 거론하며 전시에 준하는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것은 의료 전쟁(medical war)”이라며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몇 달 일찍 이것(코로나19)을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세계는 그들이 한 일에 대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중국 책임론을 다시 거론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2개에 39.95달러(약 5만 원), 손소독제 한 통에 60달러(약 7만5000원)까지 팔리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적용하면서 일회용 일반 마스크, 의료 마스크를 포함시켰다가 마스크 가격이 치솟자 이달 10일 고관세 적용품목에서 제외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없다면 스카프라도 쓰라고 권고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트럼프#해외여행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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