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4% 폭락… 18년만에 최저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 팬데믹]
각국 공장 멈추고 이동제한 여파
WTI 배럴당 20달러선도 위협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폭락해 18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업계를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의 실적 악화와 도산, 신용경색 확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58달러(24.4%) 떨어진 20.37달러에 마감했다. 2002년 2월 20일(20.29달러) 이후 18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런던 선물거래소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3.85달러(13.4%) 하락한 24.8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WTI와 브렌트유의 평균 가격이 각각 57.04달러, 64.16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가가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폭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이동을 제한하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게 1차적 원인이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감산 합의에 실패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유가 폭락으로 미국의 셰일오일과 석유 기업 등 에너지업계의 타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셰일산업은 원가가 높아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유지한다. 특히 부채가 많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미국 셰일 기업들이 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파산 도미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주요 에너지업체 옥시덴털퍼트롤리엄은 6월까지 셰일가스 시추기 23개 중 16개의 가동을 멈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석유업체인 로열더치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내카에서 진행하는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도 올해 1분기(1∼3월) 수천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0.9% 줄었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설립 중인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투자 진행을 보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형 화학업체 관계자는 “해외 신규 공장 설립 프로젝트도 당분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지민구 기자
#국제유가#폭락#최저치#코로나19#서부텍사스산원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