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 1주일 앞두고 비례후보 명단 작업… 졸속 검증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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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 20일부터 명단 추려… 당 안팎 “검증 제대로 하겠나” 지적
당원 모집글에 “조국은 순수 자체”… “사람 구세주 온다”는 당 대표도
일부 주장 알려지며 민주당 고심

악수 대신 주먹 인사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위해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윤후덕(오른쪽에서 두 번째), 임종성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악수 대신 주먹 인사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위해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윤후덕(오른쪽에서 두 번째), 임종성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군소정당의 면면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이 참여 군소정당들에 20일까지 비례대표 후보 명단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졸속 검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가자환경당은 지난달 22일 ‘조국의 유능한 시민들’이란 제목으로 올린 후보·당원 모집글에서 “조국을 위시한 순수 그 자체로 평가받는 인물들이 함께 썩어빠진 정치판을 깨끗하게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가자환경당 권기재 대표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가자!평화인권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환국’이라고 불리는 태초의 한국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사역사학 논란’에 휩싸인 상태. 그는 2016년 저서 ‘마고력’ 발간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족진영에서는 재림예수나 정도령 등등 사람인 구세주가 올 거라 생각한다”며 “통일의 세상이 오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선전기구인 단군민족통일협의회의 남측 파트너를 자처하는 친북성향 단체인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사무국장 출신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더불어시민당 측은 “연합정당 이름으로 내게 될 후보자들은 철저히 검증하겠지만 이미 각자 존재해왔던 당의 대표자나 구성원에 대해 검증할 책임이나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시민당이 “19일 중으로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꾸려 이르면 20일부터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합정당을 꾸린 지 이틀 만에 공심위를 만들어 후보들을 검증하겠다는 것.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명 이내의 공심위원들이 각 정당 후보자를 검증할 최소한의 자격 및 기준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더불어시민당 자체부터 참여하는 군소정당 대부분이 ‘졸속 창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후보 검증마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됐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19일 오후 12시까지 후보 접수를 마쳤고 이제 심사를 시작한다. 20일까지 명단을 완성해야 한다”고 했고, 시대전환(준) 김중배 사무총장은 “18, 19일 후보들을 검증해 이 중 3명을 추려 더불어시민당에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정당 후보자들이 공심위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별도로 추천 또는 영입한 시민 후보들로 앞 번호를 채울 계획이다. 하지만 소수정당 후보들의 자질 문제가 불거질 경우 후보 변경 문제를 두고 내부 잡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한 군소정당은 “민주당이 후보자 검증과 관련해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인력을 파견해주지 않아 후보 검증 과정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민주당도 내심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정당 리스크가 전체 범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과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정치개혁연합 하승수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비선실세 그룹이 정치개혁연합 대신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하려고 의도적으로 마타도어를 흘렸다”며 민주당의 ‘기획설’을 제기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더불어민주당#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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