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보너스의 추억[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29〉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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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선원이 가족과 떨어져 힘든 선상 생활을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선원 봉급은 육상의 동료들보다 3배 많은 것이 원칙이다. 출퇴근이 없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1.5배 정도다. 봉급 대부분은 집으로 보낸다. 기타 수당들이 있는데, 이는 선원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선상급이 있다. 월 약 10만 원 남짓. 특수 작업을 하면 작업수당이 붙는 데 선상급에 포함된다. 배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육지에서 가족 선물을 살 때, 여행을 다닐 때 쓴다. 지금 당장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한 경우는 선장에게 가불을 부탁한다. 선상급이 부족하면 가불을 받아 사용할 수 있으나, 대신 집으로 보내는 봉급이 삭감된다. 선원들은 집에 있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가불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선원은 자신의 선상급을 모두 집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용선자 보너스’도 있다. 원목선은 화주인 용선자가 ‘화물을 잘 실어달라’는 의미에서 용선계약서상 약정된 일정한 금원을 선장 등에게 지급한다. 이는 선원들에게 일정 금액씩 분배해 요긴하게 사용한다. 가끔 선장이나 1등 항해사에게 따로 몇백 달러를 봉투에 넣어 주는 경우도 있다. 이를 모두 나누어야 할지, 책임자들만 가져야 할지 선장은 고민한다.

원목을 실으면 다양한 형태의 용돈이 생기는데 이를 많이 만들어주는 1등 항해사는 인기가 높다. 원목을 고박할 때 필요한 와이어는 몇 번 사용하면 낡아서 갈아야 한다. 그렇지만 낡은 와이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는 이를 사려는 이들이 많다. 우선 용도폐기 처리하고 갑판부 선원끼리 이를 나눠가진다. 한번은 화주가 옹이 나무 5개를 실어주면서 “한국 가서 팔아서 사용하라”고 했다. 고깃집 탁자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몇 달을 싣고 다니다가 대만에서 팔았는데 수입이 짭짤했다. 선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모두 싱글벙글했다.

철제를 싣는 경우도 부수입이 생긴다. 철제 고박을 하려면 ‘던내지’라는 나무를 깔거나 고여야 한다. 짐을 내리고 나면 이런 긴 나무 조각들이 선창에 가득하다. 이를 모아 두었다가 항구에서 팔면 돈이 된다. 선상급 지급이나 부식 구입을 위하여 선장은 항상 1만 달러 정도의 현금은 가지고 있다. 선장은 금고에 이 돈을 넣어둔다. 이는 해적의 표적이 된다. 해적이 올라오면 요구하는 것이 “금고 문을 열라”는 것이다. 선장은 순순히 이 돈을 내어준다. 해적은 달러를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이렇게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수당하면 잊지 못할 목숨 수당이 있다. 원목선이 전복되거나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어서 생명수당을 준다. 동일한 송출 대리점에서 취급하는, 서로 다른 선주의 선박에 승선했는데 그 선박에는 생명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부당하다고 생각해 회사에 공문을 보내 항의했더니 한 달 뒤 생명수당이 신설됐다. 선주는 당장은 불편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수용했다. 수당을 받을 날에 대한 기대, 그 수당으로 무엇을 할지 마음 부풀었던 그날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나의 잔잔한 미소와 함께 흘러간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선상 보너스#선상급#용선자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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