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이 코스닥기업에 투자한 644억중 385억, 페이퍼컴퍼니 거쳐 라임 관련 회사로 들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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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상한 자금흐름 포착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의 돈이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여러 곳의 다른 회사로 빠져나간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빠져나간 돈의 종착지는 대부분 라임이 투자한 회사이거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배 중)이 차명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었다. 이 전 부사장 지인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계좌를 많게는 일곱 차례나 거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사 리드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라임과 라임 펀드 판매사인 KB 증권, 신한금융투자로부터 모두 644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이 중 385억여 원이 라임이 투자한 회사나 이 전 부사장의 지인 김모 씨(54·수배 중) 등의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연예기획사 대표를 지낸 인물로 리드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리드는 라임 등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644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투자를 받을 때마다 매번 일주일 이내에 투자금의 일부를 P사와 O사로 보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매출이 전혀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 P사와 O사로 들어간 돈은 다시 다른 계좌를 거쳐 여러 곳의 회사와 김 씨 계좌 등으로 입금됐다. 이 같은 자금 이체는 모두 리드 부회장 박모 씨(43·수감 중)에 의해 이뤄졌는데 박 씨는 검찰 조사에서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라임 측이 요구해 돈을 보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박 씨는 “김 씨가 돈을 보내라고 하는 회사에 입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는 2018년 5월 라임으로부터 500억여 원을 투자받은 뒤 이 중 440억여 원을 O사에 보냈다. O사는 또 이 가운데 280억여 원을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하는 H사에 투자했다. 당시 라임은 H사에 투자해 지분을 24%가량 갖고 있었다. 라임은 지난해 5월 H사 상장 폐지를 한 달 앞두고 지분 대부분을 팔았다. 리드는 2017년 3월엔 라임 등으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은 뒤 이 중 31억 원을 한 투자조합으로 보냈다. 이 조합은 투자받은 돈으로 S사를 인수했는데 검찰은 김 씨가 S사 실소유주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리드는 라임이 투자한 여러 회사에 돈을 보내면서도 이런 회사들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씨는 검찰 조사에서 “(라임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의 상당액을 다른 법인 지분을 인수하는 데 썼다.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분을 인수한 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한 기업의 자산을 또 다른 기업으로 빼돌리는 건 기업사냥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인수한 기업 자산을 또 다른 기업에 투자한 뒤 이 내용을 공시해 주가를 올리고 기업을 팔아치워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투자한 기업 자산을 또 다른 기업으로 빼돌리면서 운용 펀드의 수익률을 조작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금융범죄 사건을 담당한 한 변호사는 “투자한 기업 중 건실한 곳 자산을 다른 기업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라임자산운용#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페이퍼컴퍼니#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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