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사망 17세, ‘코로나 음성’ 최종판정 나왔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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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고교생 사망원인 논란 증폭

폐렴 증세를 보이다 18일 숨진 17세 고등학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없었던 건강한 청소년이 갑자기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질본, “병원 검사 오류 가능성”

19일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숨진 A 군의 검체를 재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A 군의 진단 결과와 의무기록을 검토한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A 군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 군은 숨지기 전까지 병원에서 1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호흡기 검체로 검사한 12번은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소변과 가래로 실시한 마지막 검사에서는 일부 유전자 항목이 양성 반응을 보여 ‘미결정’이 나왔다. 질본은 A 군이 숨진 뒤 그의 검체를 인계받아 재분석을 실시했다.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도 실시간 유전자검사(RT-PCR)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3곳 모두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13번째 검사에서만 일부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에 대해 방역당국은 영남대병원 검사실이 바이러스에 오염됐거나, 검사 과정에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천권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분석관리단장은 “환자의 검체가 들어있지 않은 대조군에서도 양성 반응이 확인돼 두 가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키트 자체의 오류 가능성도 낮게 봤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재검사도 13번째 진단검사에 사용된 같은 종류의 키트를 썼는데도 모두 음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질본은 이날 오전부터 영남대병원의 진단검사를 잠정 중단하고, 전문가들을 파견해 원인을 조사 중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남대병원에서 최근 시행한 다른 검사에서도 잘못이 발생했는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남대병원은 “검사 오류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성호 원장은 이날 병원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검사실 오염이나 기술의 오류가 있었으면 다른 검사에도 문제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다”며 “정도관리와 재점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 중증환자 의료 공백 우려 커져

기저질환이 없던 A 군이 갑자기 사망에 이른 원인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영남대병원은 처음에 사망진단서 직접 사인에 ‘코로나 폐렴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이라고 기재했으나 이후 일반폐렴 소견으로 바꿨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면역계에 과민 반응이 일어나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이 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부검을 하기 전에는 정확한 사인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음성 판정과 별개로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집중하느라 오히려 중환자 치료를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군의 부모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측이 12일 저녁 발열 증세로 경산 중앙병원을 찾은 아들에게 해열제와 항생제만 처방해줬다”고 말했다. A 군 어머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면서 “코로나19 음성이 나오거나 확진이 나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 주요 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여유분도 현재 1기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크모는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동아일보가 대구 대형병원 8곳을 조사한 결과 모두 에크모 17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6기가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환자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에크모는 경북대병원의 1기뿐이다. 에크모는 1대당 8000만 원 이상 고가이기 때문에 추가 구입도 쉽지 않다. A 군도 13일 영남대병원에 입원할 당시 에크모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남은 기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남대병원이 보유한 에크모 4기가 모두 사용 중이어서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에크모를 빌려와야 했다.

대구 지역에선 중증이 될 우려가 높은 고령의 확진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중증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강동웅 / 대구=명민준 기자
#코로나19#대구 영남대병원#고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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