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戰時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 민생과 산업기반 붕괴는 막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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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비상정부 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는 1929년 대공황이나 제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이 사령탑으로 나서 전 부처의 총력 대응을 지휘하는 것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조 달러(약 1270조 원), 일본이 15조 엔의 지원 정책을 준비하는 등 각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세계 증시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국은 어제 코스피가 1,500 선 아래로 떨어지며 증권시장이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까지 팔아치우고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등 시장의 공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어제 회의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5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1.5%의 저금리로 12조 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전 금융권이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상환을 6개월 이상 유예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1, 2차로 내놓은 지원책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보다 규모가 크다. 현장에 신속하게 집행된다면 소비와 수출 절벽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경제 감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수입이 끊긴 프리랜서나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 취업시장에 발도 못 들인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벗어난 이들에 대한 긴급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 여당은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탁상공론을 벌일 게 아니라 긴급생활지원이 됐든 재난수당이 됐든 가장 취약한 계층에 빨리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실적 방안을 찾는 일이 급하다. 생산과 유통이 중단되고 경기가 얼어붙어 기업들의 자금경색이 심해지고 산업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빨리 내놔야 한다.

비상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강력하고 믿음직한 리더십이다. 경제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비상경제 대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전 부처가 힘을 합해 대안을 마련하고 신속히 집행해야 미증유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비상경제회의#긴급경영자금#긴급생활지원#재난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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