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인천공항, 입점업체 임대료는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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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면세점 매출 급감에도 안내려… 식당-편의점 “재난상황” 인하 요구
공항측 “여객 추이 보며 지원 논의”

18일 정부가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인천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3개월 납부 유예 조치를 내놨지만 면세점 등 입점 업체들은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입점 업체들이 ‘버는 것보다 임차료를 많이 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난 상황인 만큼 업종 및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임차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 등 3개사의 한 달 평균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2000억 원가량이었지만 3월 매출은 80%가량 줄어든 4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 일평균 매출이 평소보다 80∼90% 감소한 점을 감안한 추정치다. A면세업체의 경우 지난해 일평균 10억 원가량이던 인천공항점 매출이 최근 1억 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에 내야 하는 월 임차료는 총 8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차이가 없다. 월 수익도 아니고 월 매출의 2배를 임차료로 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인천공항은 면세사업자가 제시한 ‘최소 임차료’와 ‘매출액×영업요율’ 중 더 큰 금액을 받고 있다. 사업자의 매출이 ‘제로(0)’여도 고정된 최소 임차료는 내야 한다는 의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달 인천공항점에서만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의 국제공항은 공항 이용객 수에 맞춰 임대료를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 상품은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 맡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원이 없어 면세점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줄면 협력사 직원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일부 면세점은 협력사 직원 직무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면세뿐만 아니라 식음료, 편의점 등 여러 업종의 인천공항 입점 업체들도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2월 27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점 면세업체 중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의 임차료만 25∼30%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 2개 업체가 지난해 인천공항에 낸 임차료는 338억 원으로 면세점 전체 임차료(1조761억 원)의 3.8%에 불과하다. 한 입점 업체 관계자는 “항공사의 경우에는 대기업에도 감면 조치를 해주고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는 상황인데도 임차료 감면 조치가 없으니 속만 더 상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여객 매출 변동 추이 등을 보면서 공항 입점업체 지원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희철 hcshin@donga.com·유원모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인천공한#입점업체 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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