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30억 횡령’ 혐의 리드 부회장 “리드-라임 연결고리는 연예기획사 前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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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직후 ‘핵심 배후’로 지목
라임등 수백억 투자과정 상세 진술… “리드 차명株50% 소유 오너” 주장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져야 하겠지만 구속된 후 생각해보니 (저보다) 더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남부지검의 조사실에 앉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박모 부회장(43·수감 중)은 이렇게 말했다. 직원 명부에 없는 김모 씨(54·수배 중)가 리드의 차명 주식 50%를 갖고 있어 실소유주라고 주장한 것이다.

2016년 6월 코스닥 상장기업 리드를 인수한 박 부회장은 회삿돈 83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수감됐다. 박 부회장은 검찰 조사 초기에 김 씨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구속 직후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김 씨를 리드 횡령 사건의 핵심 배후로 갑자기 지목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김 씨를 통해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과 연결되고, 수백억 원을 투자받은 과정까지 진술했다. 박 부회장은 김 씨가 핵심 배후라는 근거로 “내 아내 명의로 받은 급여를 김 씨에게 주고, 법인 차량과 카드는 물론 기사까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에게 ‘리드 회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발급해줬다고도 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연예기획사 대표를 지낸 김 씨는 2010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박 부회장의 인척인 동료 수감자를 구치소에서 알게 됐고, 출소 뒤인 2012년 이 동료로부터 박 부회장을 소개받았다.

김 씨가 박 부회장과 가까워진 것은 박 부회장이 리드를 인수한 2016년 중순부터였다. 박 부회장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김 씨는 박 부회장에게 “(금융투자) 기관에 잘 아는 동생이 있으니 이자가 싼 자금을 유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동생은 신한금융투자 프라이빗뱅커(PB) 심모 씨(수배 중)였다. 2016년 9월 심 씨를 소개받은 박 부회장은 그를 통해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배 중)도 같은 해 12월 소개받았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씨는 2017년 3월∼2018년 5월 총 644억 원을 전환사채(CB)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리드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김 씨는 영장심사 하루 전 잠적했다.

고도예 yea@donga.com·황성호 기자
#리드#횡령#연예기획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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