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시설 꽉 찼다고… 감염의심자 그냥 보낸 공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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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등 증상 보이자 검체 채취
격리조치 안해 대전 도착후 확진… 불특정 다수와 무방비 접촉 불러
“열 안난다” 기침 신고해도 통과도… 전문가 “선제적 검사 적극 나서야”

유럽 등 해외에서 들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공항 방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입국자가 증상이 있는데도 그냥 귀가시켰다가 뒤늦게 확진된 사례가 나와 방역망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검역소는 17일 정오경 입국한 A 씨(30)가 발열 등 증상을 보이자 검체 채취까지 하고선 집으로 보냈다. A 씨는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넘게 프랑스와 영국 등에 머물렀다. 심지어 검역 과정에서 “2일부터 열이 났다”고도 알렸다. 이럴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검역소는 “격리 시설이 부족하다”며 A 씨를 공항에서 내보냈다.

공항을 떠난 A 씨는 이날 오후 4시 반경 공항버스를 타고 대전 자택으로 갔다. A 씨는 오후 8시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역소 관계자는 “인천공항엔 최대 50명을 수용할 격리시설이 있다. 하지만 당일은 만실이라 수용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대전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오후 10시경 A 씨의 확진 통보를 받은 뒤 부랴부랴 동선 등을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시 관계자는 “심지어 검체 채취까지 하고선 그냥 보낸 건 무책임하다”며 “협조를 구했다면 구급차 등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 바람에 A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A 씨가 탄 버스엔 운전기사 등 8명이 타고 있었다.

별 문제없이 입국했다가 며칠 뒤 확진된 사례도 잇따랐다. 광주 북구에 사는 B 씨(44·여)는 이탈리아 등을 여행해 특별검역 대상인데도 공항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열흘간 유럽여행을 다닌 B 씨는 11일부터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을 느꼈다고 한다. 12일 귀국 때 공항검역소에 “증상이 있다”고 알렸지만 발열검사에서 정상체온이 나와 더 이상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그냥 귀가한 B 씨는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상황을 공항 검역소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19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는 6329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공항 검역소 직원은 17일 질병관리본부가 보강을 예고한 73명을 더해도 535명밖에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임시 격리할 공간도 따로 없다. 게다가 정부는 19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항 관계자는 “현재 추가 격리관찰 시설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해외에서 유입된 국내 확진자는 연일 확산 추세다. 18일(오후 9시 기준) 서울에서 나온 확진자 12명 가운데 6명은 해외에서 감염됐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캐나다 출신 녹색기후기금(GCF) 직원(50)도 18일 인하대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쉽지 않더라도 입국자가 증상을 호소하면 선제적으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발열 증상만 보고 판단하면 경증 환자를 놓칠 수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도 선제적으로 살펴야 해외에서 감염병이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홍석호·이청아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해외입국자#확진 환자#공항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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