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긴급처방 안 먹히자… 트럼프, 8500억 달러 부양책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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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다음 카드는
감세-항공업계 500억달러 지원 등 부양 패키지 의회에 승인 요청
FT “자금난 회사 유동성 공급을”… WSJ “기업어음 매입기구 재가동”
회사채 매입 요구 목소리 커져

美 코로나 TF팀과 대응책 설명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6일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0명 이상 모이는 모임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워싱턴=AP 뉴시스
美 코로나 TF팀과 대응책 설명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6일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0명 이상 모이는 모임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의 긴급 처방전을 선제적으로 꺼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돈 살포가 먹혀들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추가로 나올 대책이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2.93% 폭락하자 외신들은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연준의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달 초 연준이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을 때도 주가는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에 효과를 발휘했던 유동성 공급 정책이 현 시점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의 최종 대부자인 연준의 역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연준이 양적완화를 넘어선 ‘슈퍼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하는 자산은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에 한정돼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자금난에 빠진 회사의 채권, 나아가 주식까지 사들이는 걸 ‘슈퍼 양적완화’라고 설명했다. 에릭 로즌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의회가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연준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2008년 도입된 기업어음(CP) 매입기구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운용했던 긴급 대출인 ‘기간입찰대출창구’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연준이 기업의 회사채를 직접 인수해 링거를 놓듯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각국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서 비롯된 실물 경제 타격이 위기의 원인인 만큼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재정적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 조율된 동시다발적 글로벌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에 1조 달러(약 1240조 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용으로 개발된 유동성 정책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약발’이 떨어진 유동성 대책 대신 혁신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8500억 달러(약 1055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방안을 승인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급여세 감면 등을 통해 경제에 현금을 공급하고, 항공업계에 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패키지 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항공사들이 이르면 5월 말 부도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패키지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근로자들에게 ‘유급 병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또 다른 부양책과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상원의원들에게 “이번 주 안에 경기 부양 패키지가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최지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코로나19#제로금리#양적완화#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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