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개학’ 학부모 공감·난감 속앓이…“애들은 답답, 돌봄피로는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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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7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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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결국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원 및 개학 일정이 오는 23일에서 4월6일로 2주 더 연기됐다. 어린이집 개원도 다음달 5일로 미뤄졌다.

교육부가 이 같은 방침을 밝힌 17일, 학부모들은 개학을 추가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데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자녀들을 집에서 돌보며 겪던 ‘돌봄’ 고충이 2주 연장됐다는 데 무척 난감해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6살 아들을 둔 서울 중랑구 거주 권모씨(38·여)는 “개학을 (23일에) 한다고 해도 보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도 “아예 공식적으로 개학 연기가 확정되니까 난감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아들을 집에서 데리고 삼시세끼를 다 해먹이고 있어 힘든 상황인데, 나는 그나마 남편 외벌이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정말 힘들 것”이라며 “나가서 놀 수도 없어서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노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아래층에도 미안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초등학생 5학년 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6살 딸을 기르는 신모씨(41·여)는 “한 달째 두 아이를 집에서 보고 있는데, 앞으로 (개학이) 한 달이 더 미뤄지더라도 완전하게 처리된 뒤 했으면 좋겠다”며 “친정과 시댁어른 생신잔치도 안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도 육아가 연장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이들 세 끼를 다 집에서 챙겨야 하는데 마트도 나가지 못해 힘들다”라며 “아이들이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생체리듬이 깨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자녀를 둔 강미정씨(38·여)는 이날 자녀를 사무실에 데리고 나왔다. 집안 생활이 길어지면서 전날부터 자녀를 긴급돌봄 교실에 보냈는데, 자녀가 긴급돌봄 교실에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함께 출근했다. 둘째 자녀는 어린이집에 보낸 상태다.

강씨는 “아이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한데, 이런 도움조차 어려운 가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루하루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나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강씨는 “학부모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학 연기) 기간이 길어지니 힘들어서 긴급돌봄을 보내봤는데 앞으로 2주를 어떻게 더 보내나 싶다”며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도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10살 딸을 둔 서울 노원구 거주 김민선씨(41·여)는 코로나19 문제으로 잠시 휴직을 했다가 복직을 준비 중이었지만, 이날 발표로 계획을 수정하게 됐다. 김씨는 “4월에 복직 예정이었는데 개학이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복직 계획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학이 미뤄지는 상황은 자녀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현실이다. 신씨는 “아이들도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서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이 앞집에 사는 친구 한 명만 만나고 나머지 친구는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에서 7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강모씨(32·여)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나가고 싶다고 하고, 조금 답답해하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주말에도 외출을 하지 않다가, 어제(16일)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동네 카페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새학기 개학이 4월로 늦춰진 것은 1962년 3월 학기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단위로 휴업명령을 내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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