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다녀온 공중보건의, ‘소독약 분사’ 논란에 “오해 풀렸으면 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6일 2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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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2시 40분 전남의 한 섬 여객선터미널. 이장 A 씨(74)가 여객선 표를 끊는 남성에게 “혹시 공중보건의 B 씨(31)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B 씨가 “맞다”고 답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0분 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방역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300명의 작은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B 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주 동안 대구에 파견돼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담당했다. 코로나19 관련 활동을 한 공중보건의는 1,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겸한 휴가를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B 씨는 다른 공중보건의(29)를 배려해 서둘러 복귀했다. B 씨는 12일부터 보건소 2층 방에서 자가 격리를 하면서 전화 진료를 했다. 12일 보건소를 찾은 한 주민이 “왜 공중보건의가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보건소 직원은 “대구에 진료를 다녀왔다. 그래서 전화 진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민은 “왜 대구를 다녀온 B 씨가 근무를 하게 하느냐. 쉬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직원과 주민의 대화는 이렇게 마쳤다.

직원과 주민의 대화를 우연하게 들은 다른 의료인은 B 씨에게 “(보건소 근무와 관련해) 주민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후 한 마을 청년이 보건소를 방역했다. 주민들은 이날 일제 방역을 실시했고 우연하게도 보건소가 집중 방역 대상이었다.

B 씨는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인에게 연무소독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관사에 찾아와 항의하고 방역가스를 살포했다’는 식으로 와전됐다. B 씨는 와전된 글이 SNS에 떠도는 것을 보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잡았다. 작은 오해가 해프닝으로 확산되면서 섬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공중보건의와 마을 이장은 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나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를 풀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장 A 씨는 “B 씨의 상황도 이해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B 씨에게 항의하거나 방에 있는데 일부러 연무소독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B 씨는 “방안에 있는데 사전 동의 없이 연막소독을 한 것은 잘못됐다. 그러나 섬에는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의료여건이 열악해 보건소 이외에 대안이 없는 섬에서 공중보건의를 코로나19 현장에 파견한 게 근본적 문제”이라며 “공중보건의 배치 여부 등 보건정책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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