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브리지-진은숙 현악4중주 첫 작품만 골라 담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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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계 상승주 에스메 콰르텟… 전세계 대상으로 한 첫 음반 발매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있는 에스메 콰르텟. 왼쪽부터 배원희 하유나(이상 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 에스메 콰르텟 제공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있는 에스메 콰르텟. 왼쪽부터 배원희 하유나(이상 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 에스메 콰르텟 제공
2018년 영국 위그모어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데뷔 무대를 가진 현악4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이 전 세계 대상으로는 첫 음반을 내놓았다. 알파 클래식스 레이블로 나온 이 음반에는 베토벤 현악4중주 1번, 영국 작곡가 프랭크 브리지의 ‘현악4중주를 위한 노벨레텐’, 진은숙의 ‘파라메타스트링’이 담겼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머무르고 있는 이 사중주단 멤버 배원희 하유나(이상 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 씨를 메신저로 만났다.

―베토벤은 후기 4중주들이 더 높이 평가받는데 1번을 실은 이유는….

“젊은 콰르텟으로서 첫 음반을 내놓는 만큼 저희에게 특별한 작곡가들의 현악4중주 첫 작품만 세 곡을 실었어요. 고집스럽지만 유머러스한 베토벤의 모습은 저희가 표현하기에 가장 자연스럽죠.”

―베토벤 현악4중주는 음반이 많죠. 비교 대상도 많을 텐데….

“베토벤이 이 곡의 2악장을 쓸 때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덤 장면을 그리며 썼다고 합니다. 저희는 저희만의 스토리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2악장에서는 절절히 사랑하는 남녀가 울부짖고 가슴 아파하며 그리워하는 모습, 다른 악장에서는 청년 베토벤의 자신감과 그만의 독일적 유머를 저희 색깔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음반의 책임 프로듀서 자우어 씨는 저희 음반 녹음 몇 달 전에 유명한 카살스 콰르텟의 베토벤 전곡 녹음을 맡으셨는데요, 저희의 연주를 들으시고는 ‘너희만의 색깔이 담긴 패기 넘치는 해석이 매우 좋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브리지의 ‘노벨레텐’은 한국 음악팬들에게 친숙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위그모어 콩쿠르 우승 이후 영국 연주회가 많아져 영국 작곡가의 작품을 담고 싶었어요. 작품을 찾아보다가 빅토리아 양식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의 낭만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에 매료됐죠.”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음반을 녹음했는데, 베를린에 거주하는 작곡가 진은숙 씨가 현장에 와서 조언하지는 않았나요.

“진 선생님의 해외 일정 때문에 스튜디오에 모시지는 못했어요. 대신 준비 과정에서 뵐 기회가 있었는데, 다정하고 꼼꼼하게 여러 조언을 해주셨죠. 편집 과정에서도 모니터링을 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파라메타스트링’은 작품에 미리 설정된 소리에 맞추기 위해 헤드폰으로 신호를 들으면서 연주를 했는데, 신호가 너무 조용하면 안 들리고 잘 들리면 마이크에 들어가고요. 헤드폰을 낀 상태에서 서로의 소리를 듣는 것도 힘든 점이었어요. 여러 번 시도 끝에 성공했죠.”

―앞으로의 중요한 일정이나 계획을 소개해 주신다면….

“지난해 영국 위그모어 홀이 2021년과 2023년 연주에 다시 초청했어요. 또 저희가 지난 2년간 오스트리아 에스테르하지 궁전 상주음악가로 활동했었는데요, 올해는 헝가리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전에서 연주를 하게 됐습니다.”

에스메 콰르텟은 6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파라메타스트링’과 슈만 현악4중주 1번, 슈베르트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를 연주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정됐던 유럽 연주와 아시아 투어가 취소됐어요. 하루속히 이 상황이 잠잠해져서 저희와 관객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공연장에서 음악을 나누기를 기원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실내악#에스메 콰르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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