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자연의 일부다[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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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
김초엽 작가
“우리는 이제 스스로 만들어낸 낯설고 이상한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다이앤 애커먼 ‘휴먼 에이지’ 중

‘감각의 박물학’으로 다이앤 애커먼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자연과학 에세이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휴먼 에이지’에서도 그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류세를 탐구하며 인간과 지구,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분법을 흩뜨려 놓는다. 인류가 지구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지질시대에, 우리 기술은 다른 생물들의 삶과 지구 전체를 바꾸고 있다. 사실 ‘인류세’는 주로 인간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호출된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가 불러올 참혹한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그런데 애커먼은 인류세의 그림자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무작정 비관하진 않는다.

애커먼은 인간과 자연의 혼성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곳곳을 탐사한다. 자연과 문명의 경계는 이미 불분명하다. 그는 로봇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낯선 타자들과 디지털화된 자연을 만나고, 보존과 개발이 대립항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과학자들을 인터뷰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곳 역시 ‘변형된 자연’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집 마당부터 도시의 수직정원, 야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자연과 공존한다는 것의 의미를 창의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애커먼이 서술하는 인류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그게 정말로 좋았다.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를 여전히 잘 모른다. 미래는 안개에 휩싸여 있다. 그러니까 안개 너머 낙관적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분리할 수 없는, 자연의 것과 인간의 것이 뒤섞인 이 행성을. 애커먼은 마지막에 이렇게 쓴다. “자연은 우리를 감싸고, 우리에게 스미고, 우리 속에서 부글거리고, 우리를 아우른다. (…) 우리는 여전히, 언제까지나, 자연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
 
김초엽 작가
#다이앤 애커먼#휴먼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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