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 휩쓴 봉준호·홍상수·심은경…韓 영화 연이은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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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5일 0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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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카데미 트위터
일본 아카데미 트위터
올해 초부터 한국 영화계에 낭보가 잇따라 전해졌다. 한국 최초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홍상수 감독이 독일에서, 배우 심은경도 일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까지 4개 상을 수상했다. 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수상 기록이자, 작품상 수상을 놓고 보면 한국 영화로도, 비영어권 영화로도 최초 기록이다.

앞서 ‘기생충’은 지난해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기생충’은 칸에서도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동시 수상은 ‘잃어버린 주말’(1946)과 ‘마티’(1956)에 이어 세번째며, 64년만에 나온 새 기록이다. 또한 시드니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19개, 골든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해외 시상식에서 155개의 상을 수상해 이날 기준 전세계 주요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총 174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축제’라고 불릴 만큼 보수성과 배타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매년 시상식 시즌, SNS 상에서는 ‘#오스카 소 화이트(Oscar so White)’라는 해시태그로 이를 지적하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올해 아카데미가 ‘기생충’에 주요 부문 4관왕을 안긴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더했다. 한국 영화에도 새 역사를 쓴 것은 물론, 아카데미 역시 매년 한계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한 차례 해명의 기회가 된 것이다.

이처럼 트로피를 쓸어 담은 ‘기생충’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SNS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덤을 지칭하는 ‘봉하이브’(Bong(봉준호)+Hive(벌집))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등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이에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기생충’은 북미 지역에서 5278만4907달러(약 643억원) 수익을 기록했다. 북미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수익은 2억5351만523달러(약 3089억원)에 달한다.

홍상수 감독도 지난달 29일 낭보를 알려왔다. 그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시상자는 은곰상 감독상 호명 당시 “위대한 홍상수(The great, Hong Sang Soo)”라며 홍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기도 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칸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유서 깊은 영화제인만큼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외신들도 이 영화에 대해 호평을 연이어 내놨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다소 미스터리한 홍상수식 엔딩에도 불구하고 ‘도망친 여자’는 관계의 역동성이나 성 역할 등에 대해 성공적으로 다뤘다”고 했고, 영화 매체 아이온시네마도 “분명하게 강조된 몇몇 부분들은 홍 감독의 열성 팬들에게 놀라움을 줄만하며 동시에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힘을 들이지 않은 듯한 에너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4번째로 진출한 끝에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을 찾았다. 이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자배우상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감독으로는 지난 1961년 강대진 감독이 영화 ‘마부’로 특별 은곰상을 받은 뒤, 장선우 임권택 박찬욱 김기덕 감독이 베를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의 상을 탄 바 있다.

심은경 역시 일본 아카데미에서 한국 영화계에 낭보를 전했다. 그는 이달 6일 일본에서 열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앞서 배두나가 ‘공기인형’으로 이 시상식에서 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최우수 여우주연상은 심은경이 최초이며, 일본 최연소 기록이기도 하다.

심은경이 출연한 ‘신문기자’는 아베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모티브로 국가와 저널리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으로, 심은경은 극중 어둠을 파헤치는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일본 아카데미에 앞서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여우주연상,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 여우주연상, 타마 시네마 포럼에서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일본 내에서 호평을 얻었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의 정식허락을 받아 일본 아카데미상 협회(Japan Academy Prize Association)가 발족한 시싱식이다. 주요 부문에서 우수상을 먼저 시상하고 본 시상식에서 우수상 수상자 중 최우수상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영화인들이 수상자를 선택하는 만큼, 심은경의 수상도 그 의미가 뜻깊다. 일본 매체 시네마 투데이는 이번 수상에 대해 “일본 영화계에서도 활약 중인 한국의 실력파 배우가 첫 수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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