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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떨쳐내는 몇 가지 방법[동아 시론/오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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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떨쳐내는 몇 가지 방법[동아 시론/오진승]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유튜브채널 ‘닥터프렌즈’ 운영자입력 2020-03-14 03:00수정 2020-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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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가족 감염 공포에 일상 마비된 사회
확진 시 동료에게 피해 준다는 걱정 겹쳐
위생지침 지키며 ‘상황 통제감’ 회복해야
서로 격려하고 돕는 사회적 연대도 필요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유튜브채널 ‘닥터프렌즈’ 운영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상이 이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됐다. 얼굴을 드러내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잃었다.

대다수가 일상을 잃고 집에 갇혀 지내며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고립감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거나 기존의 우울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생계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쉽게 피로해지고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 때문에 근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의 표정은 항상 어둡다.

확실한 치료제와 백신이 아직 없는 현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감염 질환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혹시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가족들에게 전염시키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 질환이니 엘리베이터나 현관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이나 지하철 및 버스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확진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상 속에서 공포감을 느끼며 외출할 때 위생장갑을 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걱정은 감염으로 건강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동료와 남들에게 피해를 줄지 모르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더해진다. 내가 확진 환자가 되면 함께 시간을 보냈던 가족이나 친구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 격리를 하게 된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이나 자주 이용하는 동네 식당과 마트가 폐쇄될 수도 있다. 확진 사실이 알려지면 나와 내 가족이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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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는 피해자인데,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심한 불안과 공포감을 일으키고 있다. 적절한 수준의 걱정과 염려는 긴장 및 경각심을 갖게 하고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하게 하지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의 불안, 공포로 발전하면 극단적이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부 확진 환자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나 혐오 표현도 이런 불안감 및 공포감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소용돌이치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공격적인 태도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지로 억누를 필요도, 과하게 휩쓸릴 필요도 없다.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돌이켜보면서 가족,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감정과 상황을 서로 공유하는 게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손 깨끗이 씻기’ ‘얼굴 손으로 만지지 않기’같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에 집중하면서 상황에 대한 통제감과 조절감을 회복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가 격리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시민들이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따뜻한 눈길로 응원하기 바란다.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어 우리는 누구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라면 감염의 공포에 떨고 있는 시민들이나 치료를 받는 확진 환자들 모두의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각계에서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취약계층이나 의료진에 마스크를 양보하는 캠페인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봉사나 기부 등으로 타인을 돕는 건설적인 행동들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타주의(Altruism)’라고 부른다. 이런 캠페인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참여해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이런 행동을 통해 고립감보다는 사회적 연대를 느끼고 긍정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관리하고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사명감을 가지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질병이라 기존의 질병과 비교해 많은 정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언비어나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가려내고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지침을 잘 따를 필요가 있다. 힘든 이 시기를 모두가 잘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유튜브채널 ‘닥터프렌즈’ 운영자
#코로나#상황 통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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