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자원봉사 간호사, 면접 오지말라한 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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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접촉 이유로 경력면접 취소, 지원자 항의에 3일뒤 “화상 면접”
채용 불이익 우려해 응시 포기

서울 강서구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이 간호사 공개채용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자원봉사를 나간 간호사의 면접을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하려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인 경북 안동의료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간호사 A 씨(26)는 5일 기쁜 소식을 들었다. 봉사를 오기 전 지원했던 이대서울병원에서 경력 간호사 공채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병원은 A 씨에게 “최근 14일 이내 대구경북에 방문한 지원자는 단독으로 면접을 본다”고 공지했다. A 씨는 자연스레 “안동의료원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병원은 태도를 바꿨다. “면접이 어렵겠다. 다음에 지원해 달라”고 했다.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확진자가 다수 머무른 장소에서 일해 면접관들의 ‘안전’상 단독 면접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황당했던 A 씨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병원은 면접 취소 통보 말고는 별다른 답이 없다가 9일 다시 전화했다. “면접 기회를 주겠다. 화상 면접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A 씨는 고민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A 씨는 “이미 사흘이나 지났고, 거세게 항의해 채용에 불리할 거 같았다”고 했다.

“솔직히 여전히 이곳에서 자원봉사하는 게 자랑스러워요. 힘들지만 사명감으로 온몸을 바쳐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 희생정신을 높이 사줄 거라 믿었던 병원이 오히려 절 ‘병균’ 취급한 느낌이 들어 고통스러워요.” 또 다른 간호사 B 씨도 코로나19 확자를 돌봤다는 이유로 면접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다만 B 씨는 병원이 나중에 제안한 화상 면접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면접장소가 병원이다보니 환자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확진)환자를 대면하지 않는 일반인도 위험지역에서 오시면 선별진료소를 거치시거나 적어도 2주 격리하는 게 원칙인데 직원 채용이라고 이 원칙을 깰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내감염은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당초 절차대로 설명한 것”이라며 “전례없는 일이어서 해당부서에서 주말 내내 논의를 거친 끝에 화상면접과 같은 방법이 뒤늦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
#이대서울병원#코로나 자원봉사#간호사#면접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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