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현역 연장했으니 ‘좌완 최장수’ 욕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롯데와 극적 FA계약 38세 고효준
“20년 가까이 강도 높게 몸 관리… 당장 던져도 될만큼 준비됐다”

“감사하죠.”

짧은 소감이었지만 진심이 묻어 있었다. 지난 시즌 후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고효준(37·롯데·사진)은 찾는 팀이 없어 은퇴설까지 돌다 10일 원소속팀 롯데와 1년 계약(총액 1억2000만 원)을 하고 극적으로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그의 기량을 안타까워한 구단과 찬 겨울을 나며 야구가 절실해진 선수의 마음이 통했다. 고효준은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다시 시즌 목표를 밝혔다.

한국 나이로 38세의 ‘베테랑’이지만 고효준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75경기에 출전하며 롯데 마운드의 버팀목이 됐다. ‘에이징 커브(aging curve·나이대별 성적 변화 곡선)’를 겪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구속은 해가 갈수록 상승했다.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2.2km(2017년), 143.5km(2018년), 144.1km(2019년)로 빨라졌다.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은 10.4개일 정도로 구위도 좋다. 스토브리그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롯데가 그의 앞길을 터준다며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언급했는데 트레이드 대상은 1군 백업 선수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단서를 단 이유이기도 했다.

“‘투수라면 힘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고교 시절 감독님의 권유로 웨이트트레이닝이 지금처럼 각광받지 못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몸 관리에 매진했어요. 역주행의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습니다.”

선수 생활의 목표는 송진우 한화 코치가 가지고 있는 왼손 투수 최장 현역 기록(21시즌)을 깨는 거란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해 어느덧 19년 차를 맞는 그에게 최소 3년이 더 필요하다. 고효준은 “한 해 한 해가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프로 생활을 하면서 안주한 적도 없다. 끝없이 기량을 닦으며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절실함은 은퇴 위기까지 몰린 차디찬 겨울을 버틴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회인 야구 경기가 열리던 지방의 야구장 한구석에서 홀로 ‘벽치기’(벽을 향해 공을 던지는 것)를 하며 투구 밸런스와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 주 호주에서 귀국하는 팀과 합류할 예정인 고효준은 “당장 던져도 좋을 만큼 잘 준비했다. 팀 훈련을 통해 시즌 개막까지 열심히 담금질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롯데#고효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