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서 알바, 제주도 여행… 콜센터 확진자들 ‘부챗살 동선’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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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감염확산 뇌관된 구로 콜센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서울 구로구 콜센터의 집단 감염이 끝내 지역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12일 콜센터 직원이 다닌 경기 부천의 한 교회에서 교인 4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수도권 전역에서 2차 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들이 서울 목동과 여의도뿐만 아니라 제주 등에도 다녀가 다른 지역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 목동 반찬가게·여의도 녹즙… 일상을 파고들어

100명이 넘는 콜센터 확진자의 이동 동선은 복잡하고 광범위했다. 특히 콜센터 말고도 다른 직업 활동을 했던 ‘투잡’ 확진자들은 여의도와 목동 등에서 시민들과 접촉했다. 대형 빌딩과 학원, 주거단지가 밀집된 지역이라 추가 감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보건당국은 12일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확진자 A 씨는 평일에는 콜센터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양천구 목동 반찬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이틀 전인 7일에도 이 가게에서 일했다. 해당 점포는 목동 파리공원 인근이라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다.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B 씨도 여의도에서 다른 일을 했다. 이른 아침마다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와 금융기관 등에 녹즙을 배달했다. 6일 콜센터를 관뒀지만 퇴사 직전까지 배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33)는 “고층 빌딩이 밀집한 여의도 특성상 한 번 터지면 무더기 감염이 발생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구로구와 양천구에서 확진자 가족이 감염된 ‘가족 2차 감염’이 벌어진 콜센터 집단 감염이 ‘지역 2차 감염’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12일 콜센터 확진자가 다닌 부천의 교회에서 추가 감염이 발생했다. 콜센터가 있는 빌딩 11층에서만 발생했던 확진자가 9, 10층에서 1명씩 추가로 나온 것도 불안 요소다.

서울시 관계자는 “천안 ‘줌바댄스’ 집단감염이 2차, 3차로 걷잡을 수 없이 퍼졌듯이, 콜센터 집단감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확진자 2명, 제주 곳곳 여행 다녀

또 다른 확진자 2명은 7, 8일 제주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지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확진자 C 씨는 7일 가족 4명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들은 한 리조트에 묵으면서 서귀포 일대를 여행했다. 여행 기간에 면세점을 비롯해 해수욕장, 카페, 횟집 등 다양한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확진자는 7일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찾았다. 홀로 여행을 떠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주를 둘러봤다. 466번 버스를 이용해 공항에서 제주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하는 등 총 6차례 버스를 탔다. 뷔페식 식당과 마트 등도 들렀다. 10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은 두 콜센터 직원은 모두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를 이용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2일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김포공항을 포함해 국내 모든 공항 국내선 출발 게이트에서 발열 검사를 시행해주길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 백화점·재래시장·대형마트에 교회, 장례식장까지

확진자들은 서울과 경기 전역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했다. 서울 강남북 대형 백화점 3곳과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 다중이용시설 곳곳을 들렀다. 노원구에 사는 확진자는 증상이 발생한 하루 전날인 6일 롯데백화점을 갔고, 부천에 사는 확진자는 7일 이마트를 찾았다. 양천구에 사는 한 확진자는 최근 강동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들르기도 했다.

12일 오후에는 구로구 콜센터 직원들이 최근 영등포센터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져 영등포구에 비상이 걸렸다. 구에 따르면 직원 19명이 5일 신길동 영등포센터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자가 격리에 들어간 19명 가운데 13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6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구로 콜센터 직원들이 영등포로 근무지를 옮기기 전 발열 등의 증상을 호소하긴 했지만 근무 층이 달라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김하경·홍석호 기자
#코로나19#구로 콜센터#지역 감염#감염확산#영등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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