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경제도 ‘생존 모드’…“세계 GDP 10% 날아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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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세계 경제를 ‘생존 모드’로 몰아넣었다. 완만한 반등을 예고했던 2020년 시나리오는 사라졌다.”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진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감소→생산 감소→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기존 경로에 ‘인적 이동 제한’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더해지면서 세계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 장벽’에 갇힌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그 이상의 경기 침체(Recess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미국이 유럽발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세계가 방역 빗장을 걸고 잠그고 있지만 공포는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최근 19거래일 동안 20.3% 떨어지며 약세장에 돌입했다. 11일 미국 증시가 6%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12일에는 아시아, 유럽 증시로 급락세가 전이됐다. 잠시 반등했다가도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락하는 전형적인 위기 패턴을 보이고 있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제 코로나19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대신 최악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었던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코로나19의 글로벌 거시경제 영향’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9조 달러(1경800조 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세계 GDP가 88조 달러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GDP의 약 10%가 날아가는 셈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 금융사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브랙먼 최고투자책임자는 “많은 사람이 증시의 바닥을 묻는데, 난 아직 이제 겨우 절반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종 정책 효과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했지만 위기 진화에는 실패했다. 나리만 베흐라베시 IH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매우 조심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선제적으로 받은 한국의 상황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심각하다. 1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사스, 메르스 등 과거 감염병 확산 시에는 주가와 금리가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코로나19는 (13거래일이 넘은) 3월 들어서도 직전 수준보다 낮다”며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추락하는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시장 안정화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장기주식펀드에 가입하면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유관기관들이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는 1월(100.0)보다 0.4 하락한 99.6으로, 자료 집계가 완료된 25개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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