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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관객 1만… 독립영화 ‘흥행 관문’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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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관객 1만… 독립영화 ‘흥행 관문’ 넘어

이서현 기자 입력 2020-03-12 03:00수정 2020-03-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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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코로나 사태에도 개봉 안 미뤄
졸지에 백수된 영화 프로듀서 이야기… 관객들 찬실에서 자신의 모습 발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해진 극장가에서 누적관객 1만 명을 돌파한 화제의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한 장면. 김초희 감독이 오랜 기간 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하며 경험한 고달픈 일상의 애환을 우울한 기색 없이 녹여낸 내용으로 관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찬란 제공
이야기는 그날 밤 술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이 마흔의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과 스태프 앞에서 감독이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순간, 영화에 대한 순정 하나로 지금껏 잘해왔다고 생각하던 찬실의 인생은 그 순간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는 와중에도 5일 씩씩하게 개봉한 영화가 있다. 김초희 감독(사진)의 첫 장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11일 기준 관객 1만1150명이 봤다. 코로나19로 극장에 가기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유례없는 관객 감소에도 독립영화 흥행의 1차 관문과도 같은 관객 1만 명을 뛰어넘었다. 극장 일일관객수가 10일 기준 약 5만1000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고무적인 숫자다. 영화 속 찬실에게서 관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은 못 가도 영화는 계속 찍으며 살 줄 알았건만 감독의 급사로 찬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배우 소피(윤승아)가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당차게 말한다. “아니! 일해서 벌어야 한다.” 급기야 소피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그에게 소피의 프랑스어 과외선생 영(배유람)과의 설레는 ‘썸’도 찾아온다. ‘영화는 이제 그만둬야 하나’ 싶은 때 자신이 영화 ‘아비정전’ 속 홍콩 스타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유령(김영민)이 찬실의 눈앞에 나타나 말한다.


“찬실 씨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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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로 오랫동안 일하던 김 감독이 3, 4년 전 실직하면서 구상했던 이야기에서 영화는 출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살면서 맞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은 없는가’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찬실이가 밤길을 걷는 후배들 앞에 손전등을 비춰주듯 영화는 꿈과 열정으로 살다 어느 날 문득 ‘현생(現生)은 망했네’를 자각한 이들의 발걸음 앞에 사려 깊은 빛을 밝혀준다.

관객들은 김 감독과 배우들이 깜박이는 손전등에 화답했다. CGV앱 실관람평에는 ‘꿈꾸는 이들을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위로한다’ ‘누군가 대신 해 주는 것 같은 내 이야기. 사려 깊게 위로받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 영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45회 서울독립영화제와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표가 매진되면서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감독조합상, KBS독립영화상,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으며 3관왕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도 개봉을 미뤘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개봉을 강행했다. 배급사 찬란 관계자는 “지금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맞는지 심사숙고를 거듭했지만 영화제에서 작품을 본 관객들의 평이 좋았고 영화가 가진 힘을 믿었기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초희#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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