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보수깃발 드는 ‘여의도 차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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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통합당 선대위장 곧 수락

뉴스1
‘차르’의 여의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며 전권을 휘둘러 ‘차르(옛 러시아 황제)’라 불렸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17년 민주당 탈당 이후 3년여 만에 여의도 정치로 돌아오는 것. 이번에는 민주당이 아닌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보수진영의 총선 승리를 위해 선두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에 대해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겠다고 밝힐 것이다. 아직 마음의 결심을 못 했기 때문에 조만간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김 전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황교안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분야별, 권역별 하부 조직을 따로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당에서는 김 전 대표를 앞세우고 안보, 경제, 여성, 4차 산업혁명 등을 아우르는 분야별 조직을 따로 두겠다는 구상이다. 안보 분야는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김 전 대표가 경제 공약에 관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전 대표가 주말 전까지 결심을 굳힌다면 통합당은 이르면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곧바로 선대위를 띄울 예정이다.

김 전 대표가 통합당 선대위원장을 수락할 경우 그가 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은 2012년 총선·대선, 2016년 총선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총선·대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2016년에는 민주당에 합류해 총선에서 123석으로 새누리당을 이겨 여소야대 지형의 1당으로 만들었다.

2016년 정치적 코너에 몰려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오랜 정치, 정책 경험을 높이 사 김 전 대표를 민주당으로 끌어들였다. 전권을 부여받은 김 전 대표는 전병헌 강기정 오영식 정청래 전 의원 등 친문(친문재인) 및 86그룹을 줄지어 컷오프시켰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 뒤 김 전 대표는 대선 때까지 당의 주도권을 쥐고 갈 계획이었으나 친문 진영이 “이제 우리가 당을 이끌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을 빚다가 결국 2017년 3월 탈당하는 파국을 맞았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여의도를 떠나며 주변에 “나는 (친문 진영에) 속은 사람” “다시는 친문 진영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황 대표도 이번에 과거 두 번이나 총선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던 김 전 대표의 역량을 평가해 영입 작업을 벌여왔다. 김 전 대표는 황 대표와 두 차례 이상 만나 당의 지향점, 개헌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년 민주당을 탈당했을 때처럼 통합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총선 이후에도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황 대표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김 전 대표는 총선 이후의 역할에 대한 구상을 이미 통합당에 전달했다. 이제 마지막 공을 황 대표가 받은 상태”라고 했다.

통합당 합류로 기운 김 전 대표는 남은 기간 동안 정책 대결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경제 실패를 집중 부각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21대 국회에서의 개헌 카드까지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실제로 통합당에 합류할 경우 몇 가지 변수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 인사의 공천 문제를 두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일부 지역구에 대해서는 결국 김 전 대표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 측 인사는 “구체적 공천 문제에 대해 통합당에 요구한 바 없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주도한 대대적인 물갈이 이후 상처를 곪지 않게 잘 봉합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관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최고야 best@donga.com·이지훈 기자
#김종인#미래통합당#선대위원장#여의도 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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