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강화에도 “학생 75%가 사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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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통계청 실태 조사
최근 3년간 사교육비 25% 급증… 학생 1인당 월평균 30만원 첫 돌파
대입개편후 고교 사교육비 급증… 교총 “교육정책의 방향 재검토를”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 지출과 관련된 모든 수치가 크게 올랐다. 특히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2만1000원)와 사교육 참여율(74.8%)은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다. 연간 사교육비 총액 역시 2009년(21조6000억 원) 이후 10년 만에 다시 21조 원대로 늘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국내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은 25.4%에 이른다. 현 정부가 공교육 강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오히려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이번 통계는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3002개 학교에서 학부모 8만여 명을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사교육 쏠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 급증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2008년 하락세에 접어들어 2016년 67.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V자 반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는 70% 중반 수준까지 올랐다.

학교 급별로는 고교생의 사교육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2016년 1인당 월 26만2000원이던 고교생 사교육비는 지난해 36만5000원으로 3년 만에 39.3%(10만3000원) 늘었다. 고교생 사교육비는 2018년부터 조사 이후 처음으로 중학생의 사교육비를 앞질렀다. 주로 고액의 입시컨설팅 업체가 많은 진로·진학·학습상담 사교육비의 경우 지난해 734억 원이 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확대 등 대입제도 개편이 이뤄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대입 관련 사교육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경우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67.4%)이 높고 1인당 예체능 월평균 사교육비(11만8000원)가 많이 드는 것도 사교육비를 끌어올렸다.

최근 하락세인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들이 학원을 선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 중3 학생 중 수학 ‘기초학력 미달’ 판정을 받은 학생은 전체의 11.8%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사교육 분야의 양극화 현상도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월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정의 사교육 참여율은 85.1%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늘었다. 반면 월 200만 원 미만을 버는 가정의 학생은 47.0%만이 사교육을 받았다. 2018년 참여율(47.3%)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전국 시도별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은 충남(전년 대비 26.9% 증가), 세종(18.4%), 대전(15.0%) 등의 순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전남(―4.8%), 충북(―0.6%)은 줄었다.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지역인 서울(45만1000원)은 가장 낮은 전남(18만1000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비용을 사교육에 쓴 것으로 집계됐다.

사교육비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악화되면서 정부의 교육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깝고 학생이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사교육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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