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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파느라… 업무마비된 동네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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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파느라… 업무마비된 동네약국

구특교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0-03-11 03:00수정 2020-03-11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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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확인-전산입력-결제-판매… 약사 혼자 도맡는 소형약국 ‘비명’
2개씩 개별포장에도 시간 뺏겨… 서울시, 3시간짜리 인력 지원키로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 실시 이틀째인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약국에서 홀로 일하는 약사 박정원 씨가 공적 마스크를 사러 온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이틀째인 10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A약국 앞은 시민 4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약사 박정원 씨(30)는 서너 명만 들어서도 빽빽한 좁은 약국 안에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A약국은 박 씨 혼자 운영하는 ‘1인 약국’이다. 홀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전산 입력을 해야 한다. 구매 대상이 맞는지도 확인하고 결제를 마친 뒤 마스크를 전달한다. 박 씨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야 한다. 일반 환자까지 오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 대형 약국은 업무 분담이 되겠지만, 소형 약국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 일대 약국 30여 곳을 둘러보니 A약국처럼 한두 명으로 운영하는 소형 약국들은 마스크 판매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묶음으로 들어온 마스크의 낱개 포장부터 전산 입력과 결제, 판매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A약국 인근에서 약사 2명이 운영하는 B약국도 “평상시에도 한두 명이 약국을 운영하면 약 처방, 재고 확인 등 업무가 산더미”라며 “마스크 구매 고객까지 몰려들어 ‘교통정리’도 힘겨운 처지”라고 했다. 또 다른 1인 약국의 약사 C 씨도 “마스크 대기 줄 때문에 약을 처방받으려다 그냥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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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약국들은 특히 현재 5개, 10개씩 포장된 ‘묶음 마스크’라도 정부가 조치를 취해주길 요청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마스크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토로했다. 1인 약국들은 마스크 정리 때문에 몇 시간씩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C 씨도 “5개가 한 묶음으로 오다 보니 2개씩 개별 포장하는 데만 최소 2시간 이상 든다”고 말했다. 신용산역 인근의 한 약국도 “현재 마스크가 하루 200∼250개 정도 들어온다. 정부가 왜 낱개 포장까지 약국에 무책임하게 떠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소형 약국의 약사들은 구체적인 운영 방안 없이 약국에 떠맡기듯 판매하라고 한 ‘무책임함’ 때문에 일선 약사들만 시민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70대 아내와 함께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D 씨는 “당국이 세부적인 매뉴얼은 정하지 않고 약국이 알아서 판매하도록 내버려 뒀다”며 “소형 약국들은 운영이 어렵고 판매 방법이 제각각이다 보니 현장의 항의와 비난은 우리가 다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불만이 커지자 10일 1인 약국이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약국 2500개소에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14일 동안 약국 1곳당 3시간 정도 일을 도울 단시간 근로 인력 1명씩 지원할 방침이다.

시의 대책에 소형 약국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1인 약국의 약사는 “공익근무요원을 보내준다던데 최소한 마스크 개별 포장이라도 도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소형 약국은 “별 실효성이 없어 보여 신청하지 않을 생각이다. 약국 업무를 전혀 모르는 인력이 오면 일만 더 꼬일 것”이라고 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박종민 기자
#공적 마스크 5부제#1인 약국#코로나19#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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