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초만에 시속 100km… 살짝 밟아도 ‘레이싱 감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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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테크]
스포츠세단 ‘마세라티 기블리’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기블리 S Q4 그란루소 모델. FMK 마세라티 제공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기블리 S Q4 그란루소 모델. FMK 마세라티 제공
럭셔리함보다 레이싱 감성을 강조하는 마세라티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해주는 차.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기블리’의 시승 소감이다.

최근 시승한 모델은 기블리 사륜구동 모델(S Q4) 그란루소 트림의 차다. 공식 판매가격이 1억5000만 원에 이르지만 더 비싼 차가 즐비한 마세라티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엔트리 모델에 해당한다. 전장 497.5cm로 국산 대형 차급과 비슷한 크기에 차량 자체 중량은 2t이 넘는다. 쿠페형의 날렵한 외관 때문에 실제보다 커 보이지 않지만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운전석 문을 열고 닫으면서 이미 묵직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운전석에서는 이런 크기와 무게를 가볍게 뛰어넘는 동력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차의 3L V6 트윈 터보 엔진은 최대 430마력에 59.2kg·m의 토크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4.7초에 불과하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경험한 가속력은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선행 차량 때문에 가속 페달을 한번에 끝까지 밟는 이른바 ‘풀 액셀’을 시도하기가 어려웠고 가볍게 밟아도 차가 어느새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황이 여러 번 되풀이됐다.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해 보지는 못했지만 가속력만큼은 불만을 가지기 어려웠다.

재미난 점은 작은 버튼으로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위치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파워 풋 페달’로 불리는 이 기능은 원하는 자세로 운전을 즐기는 데 꽤 도움을 줬다. 마세라티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일반 차량과 달리 운전자의 시선이 쏠리는 계기판 오른쪽에 속도계 대신 엔진의 분당회전수(RPM)를 배치하고, 시동 버튼을 운전대 왼쪽에 배치한 것 등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의 레이싱 전통을 강조한 것이다.

스포츠 모드로 차량을 운전하면서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배기음은 공회전 상태와 저속에서도 충분히 ‘크르릉’ 소리를 냈고 속도를 높일 때도 과하게 커지지 않았다. 특히 경박스럽지 않은 특유의 음색은 마세라티라는 브랜드를 놓고 왜 그렇게 ‘소리’를 강조하는지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그란루소는 스포티한 특징을 강조한 그란스포츠에 비해 고급스러운 감성을 추구한다. 인테리어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제품을 썼다는 것 등을 내세우고 있다. 원목까지 함께 적용한 실내는 깔끔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그리 다채로운 인상은 아니었다. 잘 달리는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제공한다는 것은 장점이다. 앞차와의 간격 조절 등도 상당히 매끄러웠다. 다만, 정차했을 때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있게 해주는 오토홀드 기능을 적용하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마세라티#기블리#스포츠 세단#s q4 그란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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