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문제지 대구가 무슨 잘못”…‘대구 혐오’에 우는 시민들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0일 0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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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대구의 중심으로 불리는 중구 동성로 거리가 한산하다. 2020.2.20/뉴스1 © News1
20일 오후 대구의 중심으로 불리는 중구 동성로 거리가 한산하다. 2020.2.20/뉴스1 © News1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을 특정 지역 비하나 정쟁의 소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당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천지와 코로나19의 위협이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미래통합당)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같은 당 청년위원회 당원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고 했다가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이런 ‘대구 비하’ 발언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사로부터도 이어진다. 김어준씨는 지난 6일 TBS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라고 명명했다.

익명에 기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막말의 수위는 더욱 노골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3일 “대구 폐렴을 종식하려면 김○○ 셰프님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시글을 삭제 의결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일으킨 김모씨를 말하는 것으로, 글쓴이는 “대구 지하철에 불을 질러 통구이로 만들어 코로나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도 ‘대구 혐오’ 현상이 드러난다. 대구 지역의 시민단체에 따르면 일부 기업에선 대구 지역의 응시자에게 면접을 보러 오지 말라고 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정모씨(37)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무로 지역 밖에 갈 때 사람들이 저를 일부러 피하는 모습을 보면 처참한 기분”이라며 “코로나가 문제지 대구가 무슨 잘못이냐”고 호소했다.

이런 발언을 놓고 사실 지적을 넘어 특정 지역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시민단체는 김어준씨의 발언이 ‘대구지역 비하이며 명예훼손’이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대구시민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라며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조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상식 이하의 발언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런 코로나19와 관련해 특정 지역을 혐오하는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삭제 조치하고 집중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대구의 확진자가 특정 장소를 다녀왔다는 등의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인천지검은 온라인 카페에 “A병원에 코로나 양성 환자가 격리 조치됐으니 가지 말라”는 허위 글을 작성한 여성 두 명을 지난 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비하 대상을 특정하지 않을 경우 유죄 판단이 어렵고, 단순한 지역 비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2015년 국가정보원 직원이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올린 “절라디언들은 전부 씨족을 멸해야 한다”는 호남 지역 비하 발언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정치적 어젠다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정쟁의 소재로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8일 “사태 해결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근거없는 의혹 제기와 억측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일부에서 ‘대구 코로나’, ‘대구·경북 손절’ 등 엉뚱한 소리를 해서 지역민의 힘을 빼고 있다”며 “시·도민이 의연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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