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행복’에 절실히 공감하는 세상… ‘기억 초능력자’ 드라마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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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시작 MBC ‘그 남자의 기억법’, ‘과잉기억증후군’ 소재로 다뤄
OCN ‘본 대로 말하라’ 인기 순항
tvN ‘메모리스트’도 11일 첫 방영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앵커 정훈(김동욱)이 주인공인 MBC ‘그 남자의 기억법’(위 사진)과 범죄 피해자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형사 동백(유승호)이 등장하는 tvN ‘메모리스트’. MBC·tvN 제공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앵커 정훈(김동욱)이 주인공인 MBC ‘그 남자의 기억법’(위 사진)과 범죄 피해자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형사 동백(유승호)이 등장하는 tvN ‘메모리스트’. MBC·tvN 제공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

18일 방영하는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의 기획 의도 첫 문장은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로 시작된다. 이 드라마는 1년 365일 8760시간을 모두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인해 망각 없는 삶을 사는 남자 정훈(김동욱)과 삶의 중요한 시간을 망각한 여자 하진(문가영)이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OCN 토일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가 한 번 본 것은 그대로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형사의 연쇄 살인마 추적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도 기억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연달아 공개된다.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그린 드라마는 드물었다.

‘그 남자…’의 정훈은 방송국 앵커로, 간판 뉴스인 9시 뉴스의 56주 연속 시청률 1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인해 끝없이 과거로 돌아간다. 8년 전 사랑했던 여자 서연이 참혹하게 사라졌는데 이 기억을 한순간도 잊지 못한다. 실제 과잉기억증후군 판정을 받은 사람은 전 세계에 1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미국 여성 질 프라이스에게 최초로 진단이 내려졌다.

11일 시작하는 tvN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도 기억력이 핵심 소재다.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메모리스트는 타인의 기억을 읽는 능력을 가진 형사 동백(유승호)이 천재 프로파일러인 최연소 총경 선미(이세영)와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동백은 범죄 피해자들의 기억을 읽고 당시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다. 3일 제작발표회에서 김휘 PD는 “피해자의 아픔을 다루는 사회적 메시지에 끌렸다. 대중적인 화법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모든 기억이 저장되는 기술이 개발된 사회를 배경으로 해, ‘망각의 자유’가 사라진 사회를 그린 작품도 있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1’ 세 번째 에피소드 ‘당신의 모든 삶’이 그렇다. ‘그레인’이라 불리는 칩을 몸에 심으면 자신이 보고 듣고 행동한 모든 것을 원할 때 언제든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을 다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 남자의 기억법#과잉기억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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