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감염원’ 이탈리아[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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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섬나라다. 한국은 반도 국가이지만 북한으로 인해 대륙과 차단돼 섬나라나 다름없다. 항공만 막으면 대부분의 외국인 입국을 차단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다르다. 유럽연합(EU) 국가는 국경 이동을 자유롭게 한 솅겐 조약 때문에 엄격한 출입국 통제가 힘들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우한에서 온 중국인 부부 관광객이 확진자로 밝혀지자 중국발 직항기의 자국 착륙을 금지했지만 잠재적인 감염원이 인근 유럽 국가를 통해 들어오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세계 의류·섬유 산업의 중심지다. 패션 브랜드 회사의 하청을 맡은 업체 중에서 중국인 업자가 인건비가 싼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채무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 자본의 도움을 받으면서 중국인의 진출을 많이 수용했다. 서유럽 국가 중에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에도 가장 적극적인데 13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중국까지 여행한 마르코 폴로가 두 나라 협력의 상징이다.

▷이탈리아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밀라노에서 남동쪽으로 70km 떨어진 코도뇨에 사는 38세 남성이다. 이 남성은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 그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한 0번 환자로 현지 중국인이 의심을 받았지만 현지 중국인 중에서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0번 환자는 국적은 알 수 없지만 인근 유럽 국가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왔다가 돌아간 감염자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는 한국이었으나 어제부터는 이탈리아가 한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된 것은 알 수 없는 0번 환자가 휘젓고 다녔는데도 상당 기간 발견하지 못해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멀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뺨키스 등 라틴 특유의 친밀감을 표시하는 인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롬바르디아 등 15개 주에 중국 우한과 비슷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감염원의 상당수가 이탈리아를 다녀온 사람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팬데믹으로 가는 양상이다. 유럽 국가들은 의료기술도 높고 국가의료보험제도도 잘 갖추고 있지만 그 효율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한국과 일본은 의료기술도 높고 국가의료보험제도도 잘 갖추고 있고 그 효율성도 높다. 미국은 의료기술은 높지만 국가의료보험제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 지역의 방역 결과가 마지막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코로나19#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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