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피스건물 갈수록 ‘귀하신 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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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들 관심속 매물 품귀
작년 4.9%↑… 3.3m²당 3697만원
주식-주택 등 대체투자 지지부진… 가격 상승세에 시세차익도 기대
“올 공급량 최대… 신중한 투자 필요

한 시중은행의 부동산팀은 최근 서울 외곽 지역에 위치한 100억 원 미만의 오피스 건물 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요청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건물을 소개해야 하는데,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는 탓이다. 해당 부동산팀의 팀장은 “꼬마빌딩은 주택에 비해 대출이 용이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오피스 건물이 시장에서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주식이나 주택 등 대체 투자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격 상승률이 여전해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투자 수익률이 줄고 오피스 공급도 역대 최대 규모로 예정돼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9일 토지건물 정보플랫폼인 밸류맵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일반업무상업시설(오피스 건물)의 가격은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오피스 건물의 3.3m²당 평균 거래 가격(연면적 기준)은 3697만 원으로 전년(3524만 원) 대비 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지면적 기준 거래가격은 3.3m²당 5430만 원에서 5948만 원으로 9.5% 증가했다. 대지면적이란 해당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된 땅의 크기를 뜻하고, 연면적은 건물 내부 모든 층의 바닥면적을 더한 크기를 말한다.

올해에도 가격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8일까지 실거래 신고가 이뤄진 건물의 3.3m²당 평균 거래가격은 연면적과 대지면적 기준 각각 3773만 원과 6457만 원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2.1%, 8.6% 늘어났다.

오피스 건물의 가격이 이처럼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투자 수요가 계속되는 덕분이다. 오피스 건물을 대체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이유가 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국제 유가까지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택 시장 역시 고가 주택 대출 제한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면서 얼어붙었다.

높은 인기에 건물주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게 되면서 오피스 건물 거래 자체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2016년 4577건이던 거래량은 2017년 3788건, 2018년 2913건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2934건으로 소폭 올랐지만, 올해에는 현재(8일 기준)까지 335건이 실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실거래 신고 기간을 고려해도 올해 거래량은 지난해의 60% 수준”이라며 “올 한 해 서울의 오피스 건물 총 거래량은 2000건 안팎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 건물의 인기가 올해에도 지속되겠지만, 공실이 늘고 투자 수익률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상권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올해 오피스 공급량도 역대 최대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 신규 공급 예정인 오피스 건물의 합계 면적은 257만 m²로 역대 최고 물량이 공급됐던 2011년(233만 m²)보다 1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최근 오피스 빌딩의 기대 수익률은 연 3% 미만”이라며 “서울에서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투자 수익률이나 가격 상승 여력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시#오피스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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